우리금융, 내부등급 승인까지 '시간 벌기' 지주사 CET1 8.4%, 금융당국 권고 턱걸이…대출로 FI 줄대기
김장환 기자공개 2020-03-16 11:31:4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를 두고 우리금융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그 시점도 장당하기 힘든 탓이다. 이를 승인받기 전까지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자본적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무리한 M&A는 '독약'이다.12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IMM PE는 우리금융지주 측에 인수금융 주선을 최근 요청했다. 많게는 3조원 넘는 인수가가 점쳐지고 있고, 국내 금융사 중 이를 받아들여줄 만한 곳이 우리금융 외에 없다고 봤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직접 나서 대출을 실현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IMM PE뿐 아니라 함께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도 우리금융에 손을 벌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우리은행 측에 인수금융을 요청하는 방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때도 우리은행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측은 "MBK파트너스 측으로부터 아직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노리는 FI들이 우리금융 쪽에 줄을 대려는 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가장 안정적으로 노릴 수 있는 방편이란 점 때문으로 보인다. 현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국내 보험사를 인수할만한 곳은 금융지주사 외에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우리금융은 최적의 인수 후보다.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직접 뛰어든 상태여서 다른 경쟁사가 승기를 잡을 경우 인수금융을 주선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수조원을 들여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해 여유가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해외 시장 확대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고, 또 더케이손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 쪽에 관심이 더 크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이룬 뒤 이에 걸맞은 사업역량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보험사 등 사업군 추가가 필수적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업계 자산 순위가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보험금지급여력(RBC)비율이 515%가 넘고, 또 해마다 수천억원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현 시장 보험사 매물 중 인수 매력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지주사가 직접 나서 푸르덴셜생명 지분 인수를 시도하기는 부담이 크다. 자본적정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라 인수 여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말썽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8.4%다. 은행만 놓고 보면 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11%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8% 이상'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M&A 등에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보통주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자체를 줄이거나 이익잉여금 늘리기,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 등 외에 방법이 많지 않다. 대규모 자금을 지출해 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지난해부터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 승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수립한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추출된 리스크 측정요소로 RWA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 적용시 CET1비율을 10% 이상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를 언제쯤 승인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내부등급법 승인을 신청했고, 금감원은 이에 대한 허가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르면 내달 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로선 시점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FI의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선을 연결해두는 것이다. 인수금융은 직접 대출을 실해주는 방식인 만큼 자본 적정성에 큰 부담은 주지 않고 IB부문 수수료이익도 누릴 수 있다. 내부등급법 승인이 이뤄지면 넥스트 스텝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 우리금융이 이를 고려해 꺼낸 카드가 바로 인수금융 주선인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