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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ESG전략 점검] '비재무요소' ESG지표 관리, '선택 아닌 필수'①전담 조직·인력 확대, 계열사별 활용안 모색…KCGS평가 등급 대응반 구성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23 09:10:50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 등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다드로만 여겨졌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열풍이 국내 금융권으로도 옮겨 붙었다. 특히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핵심 경영가치로 ESG를 꼽았다. 조직개편을 통해 ESG전담조직을 꾸리고 관련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모습이다.

ESG 경영체계란 환경친화(Environment), 사회적기여(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비재무적 고려 요소로 전통적 '사회적 책임경영'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다소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금융회사에 접목해보면 기업이 이해관계자(환경, 근로자와 협력사, 고객, 주주 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보다 '투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ESG는 책임투자 활성화와 함께 대두되었다. 기존의 투자전략이 재무적 요인만을 고려했다면 책임투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재무적 수익을 함께 고려한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의무와 역할을 강조한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위험과 기회를 포함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ESG에 정통한 연구원은 "금융업권이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이나 타업권에 비해 ESG와는 관계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회사의 폐종이 발생량, 전산화에 의한 전력 사용량 등을 고려했을 때 어느 업권 보다도 ESG 경영체계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신한·하나 '리드', 우리 가세, NH 초읽기….지방금융지주 '동참'

ESG는 본래 유럽,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경영가치다. 2006년 유럽연합(UN)은 일찍이 책임투자원칙(UNPRI)을 강조하며 사회책임투자를 적극 장려해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도 ESG경영과 관련된 리스크를 신용평가 과정에 반영키로 선언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시작으로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대열에 오르며 사회적책임과 실천과 관련된 규범화에 앞장섰다.

국내 금융권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신한·하나금융은 3~4년 전부터 ESG투자에 관심을 내비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상장사인데다가 해외 거점확대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교류를 한 덕분이다.

주가부양의 핵심 역할을 하는 주요 장기 투자자들을 포함해 최근에는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ESG를 기업투자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삼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유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해외 투자설명회(IR)에서 ESG경영과 관련된 브리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특히 연기금, 국부펀드 등 공공 운용기관이나 일부 민간 투자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투자대상 기업들의 ESG경영 내용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금융지주사도 작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로 인한 국내외 이미지 손실과도 관련이 깊다. 과거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재무적인 성과를 좇던 것과 달리 사회공헌, 금융소비자 보호,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시하며 고객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뒤 ESG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영전략회의에서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에서 제정한 ‘책임은행 원칙(PRB)에 서명’하는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했으며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뒤늦게 나마 농협금융도 작년 하반기부터 ESG가치 중심의 경영실천에 관심을 보이며 향후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BNK DG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들도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ESG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가치 접목을 위해 전 그룹 차원에서 협업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ESG 채권 발행은 물론이고 종이 영수증 축소, ESG 기반 여신심사정책 재수립,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상품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 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와 영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및 시중 금융회사가 함께하는 '기후금융 스터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CGS, 연 4회 정량·정성 ESG평가… 평가담당자 25명 안팎

금융지주 마다 ESG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 하나의 지표로서 '수치'화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을 포함해 대신증권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컨설팅 업체들이 기업마다 ESG 평가를 통해 순위를 메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KCGS'가 꼽힌다.

KCGS는 사단법인으로 IMF 이후 사원기관(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의 펀딩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주요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의 펀딩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도 '공신력'있는 기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KCGS는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KCGS 내 소속 연구원(사업본부)과 기업지배구조위원회가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위원회는 상장사의 등급부여, 등급조정을 위해 구성된 25명 안팎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보면된다. 등급위원회, 평가위원회, 의결권위원회 등으로 나뉜다.

라인업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 부터 교수진, 정책연구윈까지 다양하다. 평가횟수는 기존 연 2회에서 올해부터 4회(1월, 4월, 7월, 10월)로 확대됐다. 1차적으로 연구원들이 평가를 하고 이후 기업지배구조위원회가 재평가하는 구조다.

KCGS 관계자는 "금융권에도 ESG평가기준을 인지시키기 위해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연 2회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다"며 "그 중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참여율도 높고 ESG에 대한 이해수준도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마다 내부적으로 KCGS 평가 대응반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KCGS의 ESG 평가는 '기초데이터수집-기본평가-심화평가-평가검증-기업피드백' 5단계로 이뤄진다. 평가 항목은 기본적으로 환경친화(E), 사회적기여(S), 지배구조(G) 등 세가지다. 평가 방식은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두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정량평가는 기본평가(13개 대분류 237개 항목)와 심화평가(40개 항목)를 기반으로 점수를 메기는 작업이다. 심화평가는 내부통제 제재, 검찰고발 등 특별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진행하는 평가다. 임원보수체계를 잘 갖췄다고 하는데 실상과 다르다고 판단될 때도 진행한다.

정성평가는 일정 등급컷 이상 상위권 회사 위주로만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공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등급을 부여하는 게 타당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사가 필수 적이다. 정성평가는 직접 금융회사의 ESG실무진들의 사무실로 찾아가 인터뷰 형태로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현장방문을 통해 등급이 상향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작년 정성평가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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