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빙그레, 매출 1조 시대 연다 10년째 정체 돌파 기회…점유율 41% 압도적 선두권, 수익성 저하 '제한적'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08 13:31:58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스크림 사업은 해태제과식품에게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빙그레에겐 몸집을 키우며 시장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년째 제자리 걸음이었던 매출액이 사상 첫 1조원 시대를 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상위권 유제품 및 빙과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매출규모로 올라설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게 된다.적자 사업을 인수하는 데 따라 수익성이 당장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이 역시도 기존 빙그레의 설비 및 유통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 입장에선 여러모로 이득인 딜(Deal)로 평가된다.
빙그레는 최근 해태제과식품에서 분할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100%를 14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계약금 명목으로 1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금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이 진행된 이후 완납한다. 인수까지 약 3~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최종인수 후에는 당분간 빙그레의 완전 자회사로 경영한다는 계획이다.
빙과시장에서 빙그레는 26.7% 점유율로 롯데제과에 이어 2위 사업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14% 점유율로 4위권이다. 두 회사가 결합하게 되면서 롯데제과 점유율 28.6%를 두배 가량 앞지르는 41% 점유율로 확실한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게 된다. 시장 입지 뿐 아니라 실적 측면에서도 빙그레에게 해태아이스크림은 매출정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빙그레는 2012년 매출액 7900억원으로 올라선 이후 줄곧 8000억원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바나나맛 우유와 투게더, 메로나, 비비빅, 더위사냥 등 스테디 셀러 제품을 앞세워 안정적인 실적을 꾀했지만 이를 넘어설 '한방'이 없었다. 해외기업과의 제휴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 등을 선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게 되면서 빙그레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게 된다. 지난해 기준 빙그레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8783억원, 해태아이스크림은 1507억원을 기록했다. 단순계산으로 따지면 합병시 매출액이 1조290억원으로 늘어난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액이 다소 줄고는 있으나 꾸준히 1600억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빙그레는 이번 인수로 가뿐히 1조원 매출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매출이 대략 33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통합으로 아이스크림 매출은 4800억원으로 확대된다. 빙그레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 되는 셈이다.
아이스크림 시장의 압도적 1위라는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게 되면 추가 매출 확대도 노릴 수 있다. 특히 빙그레 아이스크림 제품에서 콘류가 아킬레스건이었는데, 해태아이스크림의 장수브랜드 부라보콘을 확보하게 되면서 브랜드력 강화는 물론 기존 브랜드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물론 적자사업을 인수하는 데 따라 수익성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단순계산으로 따지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실적 기준 458억원에서 428억원으로 축소되고 영업이익률은 5.2%에서 4.2%로 떨어진다. 다만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관련 생산설비 및 인력 등과 시너지를 내고 효율화를 이루게 되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빙그레 내부적으로도 해태아이스크림의 고정비를 효율화 시키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로 빙그레의 무차입 기조가 막을 내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인수대금을 훌쩍 뛰어넘는 28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안도할 만하다. 빙그레가 매년 투자로 100억~200억원을, 해태아이스크림이 60억~90억원 가량을 지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700억원 안팎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빙그레에 있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딜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스크림 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려 독점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크림 업계가 가격 경쟁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점적 지위를 얻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출혈을 멈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사업이 주력인만큼 이에 대한 포트폴리오 강화차원에서 진행한 딜"이라며 "적자 사업 인수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기는 하나 효율화 등을 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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