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복합유선방송업체 현대HCN 매각을 공식화 했다. M&A 시장에서 끊임없이 소문이 나돌던 잠재 매물이었던 만큼 현대HCN의 등장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 동안 유선방송업체들이 차례로 매각될 때마다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돼 왔고 결국 타이밍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나올 매물이라는 점에서 M&A 시장 관계자 대부분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다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왜 하필 지금 현대HCN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느냐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촉발된 어수선한 상황은 M&A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일정대로 진행되는 딜도 있지만 기약없이 연기되거나 지체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시국에 매각을 공식화 한 것 자체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를 차치하더라도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매도자 측 입장에서 성공적인 M&A란 가장 비싼 가격에 별다른 잡음없이 일정대로 딜을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깔끔한 M&A는 매도자가 딜의 헤게모니를 쥐고 원매자를 휘어잡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매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없다. 우선 현대HCN의 원매자가 통신 3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유료방송산업 자체가 이미 대형 통신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현대HCN은 결국 통신사들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KT를 제외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미 굵직한 MSO를 집어삼키면서 어느정도 재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현대HCN을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인수자가 급할게 없다는 것은 곧 M&A 시소게임에서 매도자가 불리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개입찰을 통해 현대HCN을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치밀한 전략을 통해 도출된 결론인지 의문이다. 공개입찰은 불특정 다수의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원매자들이 뻔한 상황에서 입찰로 경쟁을 붙인다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아무도 응하지 않을 경우 입찰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티브로드나 헬로비전도 특정 통신사와의 수의계약방식으로 이뤄졌다.
현대HCN이 통신3사가 모두 탐낼만한 매물인지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권역이 MSO별로 제한돼 있던 과거에는 가입자 수가 적더라도 전국에 고르게 송출 가능한 현대HCN의 메리트가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통신사의 IPTV로 인해 권역의 장벽이 무너진 상태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기왕 큰 돈을 주고 M&A에 나선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입자 수가 많은 딜라이브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 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회사 특유의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때로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가구업체 리바트나 의류업체 한섬,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건설장비업체 에버다임, 건자재업체 한화L&C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의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현대HCN처럼 큰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한 경험은 전무하다. 그래서인지 현대HCN 매각은 기민하게 진행된다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랜 기간 유료방송 사업자로 그룹의 한 축을 담당했던 현대HCN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현대HCN 매각을 바라보는 M&A 시장 역시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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