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쉽지않은 KDB생명, 이동걸 회장의 '플랜B'는 매각가 조정 안해, 장기전 돌입…연초부터 해외 원매자 물색 본격화
손현지 기자공개 2020-04-09 13:50:5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아픈 손가락인 KDB생명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그간 KDB생명을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기 위해 포트폴리오·재무 개선 등 다각도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시행해왔지만 여전히 국내 원매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 마케팅으로 노선을 선회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실정이다.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7일 "이 회장이 연초부터 경영진에 해외 원매자와 접촉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매각 주관사를 통해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등 해외 금융당국과도 꾸준히 교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매각 시도만 벌써 4번째다. 매각을 섣불리 진행했을 리도 없다. 어느정도 믿을만한 차선책을 들고 임했으리라는 관측이다. 그 방책이 바로 해외 원매자다.
물론 해외 원매자의 경우 국내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적격요건 기준이라는 선결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KDB생명 딜을 검토하기 앞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 이상의 신용평가등급을 받아야 한다. 최근 3년 안엔 외국 법인이 속한 국가의 감독기관으로부터 법인경고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나 벌금형에 해당하는 형사처벌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보다는 수요 범위도 넓고 보험업황 대한 민감도도 적은 편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ABL생명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매각주관사를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작년 KDB생명 매각주간사에 CS·삼일회계법인, 재무실사에는 삼일회계법인, 계리실사에 밀리만, 법무실사에 광장을 선임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금융지주와 활발히 소통해온 주관사다. CS의 경우 4년전 KDB생명이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주관사를 맡았던 글로벌 IB다.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KDB생명 원매자 찾기에 일조한 바 있다. 국내-해외 '투트랙' 기조로 원매자를 유치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산은 측은 작년 본입찰에 앞서 국내 몇몇 금융지주사 위주로 러브콜을 보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올해부터는 방향을 선회해 본격적으로 해외마케팅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CS는 특히 이 회장이 해외 원매자 물색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이 높은 중국계 자본에 대한 리스트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을 포함해 산업은행과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회장의 매각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 회장은 작년 7월 KDB생명 매각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진에 M&A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재욱 전 세종대학교 교수를 KDB생명 사장으로 임명했으며, 수석부사장에는 산업은행 내에서 벤처캐피탈, 인수합병(M&A), 투자금융(IB), 사모펀드(PE)을 경험한 백인균 전 부행장을 선임했다. 매각성공을 전제하에 인센티브 조건도 내걸었다.
다만 가격에 대한 협상 부분에선 여전히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이 회장이 원매자 찾기에는 적극적이지만 최저입찰금액 조정과 관련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해외 원매자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러한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이 회장도 국내 생보업황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간극이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매각을 하지 않으면 새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을 위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지난 11년간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온 만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보다 지급여력(RBC)비율 등 재무수준을 개선해 펀더멘털을 높여온 만큼 공적자금 회수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도다.
앞서 산업은행은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음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사들였을 때 인수에만 6500억원을 썼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KDB생명에만 총 1조2500억원을 쏟아부었다. 당초 5년 내로 되팔 계획이었지만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사실상 '가격' 조건을 포기하지 못해 11년째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보험업 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KDB생명 밸류에이션 변동폭은 크다. 최근 생명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11배까지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PBR(0.22배)을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 자본총계 1조252억원에 적용하더라도 2000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진다. 작년까지만해도 PBR 0.3~0.5배를 기준으로 거래가가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시장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하면 헐값 매각과 공적자금 손실 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금리확정형 계약비중이 큰 KDB생명은 역마진 우려도 감수해야 한다. 장기성 상품 중심의 보험상품 금리 경쟁력은 떨어진 지 오래고, 투자수익률도 하락했다. 금리 반등 없이는 구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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