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PIB 카드' 왜 다시 꺼냈나 'IB그룹 부행장' 출신 권광석 행장 의지 반영…절실한 '신성장동력'
최필우 기자공개 2020-04-13 08:07:3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PIB(PB+IB) 비즈니스 강화를 표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리은행은 PIB를 외치며 탄탄한 법인 고객층을 활용한 자산관리 영업 전략을 내세우곤 했다. PB와 RM이 개인과 법인 고객을 서로에게 소개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식이었다. 다만 법인 고객의 다양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보단 금융상품 판매 범위를 개인에서 법인으로 넓히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재차 PIB 비즈니스 카드를 꺼내든 데는 IB그룹 부행장 출신인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급감하고 있는 펀드 판매잔고를 회복하기 위해선 수준을 한단계 높인 법인 비즈니스 모델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토탈 솔루션' 제공 목표
PIB 비즈니스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이 출범한 건 권 행장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다. 행장 직속 조직인 미래금융디자인부를 신설하면서 각 부문으로부터 PIB 비즈니스 세팅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했다. TFT가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면 미래금융디자인부 산하 혁신추진팀이 앞으로 영업점 대상 PIB 관련 교육과 업무 지원을 담당한다.
권 행장은 취임 직후 IB 부문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IB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했던 경험이 PIB 조직 출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는 IB그룹 부행장 당시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수익성 개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역임했다. 신용공제 대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자산 운용을 총괄했다. 이같이 자금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시장을 경험해본 게 PB와 IB 비즈니스 결합을 구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권 행장 취임 전에도 우리은행은 줄곧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업무의 결합을 추진해 왔다. PIB 간판을 내건 조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법인고객 타깃 영업을 항상 강조했다. 개인 고객을 관리하는 PB와 법인 영업이 주 업무인 RM의 소개 영업이 대표적이다. PB 고객이 RM에게 법인 영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RM이 관리 법인의 관계자를 PB에게 소개하면 핵심역량지표(KPI)상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소개 영업은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KPI 점수나 비이자수익 확대에 초점을 맞춘 일회성 영업이 늘긴 했으나 소개 영업으로 유치한 개인과 법인 고객에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행장 체제에서는 PIB 간판을 내건 조직이 출범한 만큼 한 단계 발전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PB와 RM 비즈니스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영업점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IB 전담 인력이 본사와 연계해 한 기업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경쟁사로부터 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탄탄한 기업 고객층을 활용해 개인 고객을 늘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TFT가 이제 막 구축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영업점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상반기 내에 사업 방향을 구체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펀드 판매잔고 순위 하락…PIB, 반등 발판될까
우리은행 펀드 판매잔고 회복을 위해서도 PIB 비즈니스 안착이 필요하다. 우리은행 펀드 판매잔고는 지난 2월말 기준 16조3608억원이다. KB국민은행(21조9623억원), 신한은행(18조6136억원)에 이어 시중은행 3위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6월말 기준 20조5116억원으로 시중은행 1위 자리를 꿰찼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방식대로 펀드 판매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을 뿐만 아니라 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은 영업점 PB들의 사기가 저하된 상태다. 본사에서도 무리한 영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PIB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자연스러운 판매잔고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상품 판매 대상으로만 여기면 오히려 잔고를 늘리기가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법인이든 개인이든 금융과 관련된 종합적인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상품 판매도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우리금융 부정 대출 파장]조병규 행장 '피의자 전환', 자추위 롱리스트 영향은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전직 영업통' 신용정보 대표 취임, 자경위 관행 변화 기류
- [2024 이사회 평가]동원F&B, '사외이사 충원·위원회 신설' 급선무
- [2024 이사회 평가]이노션, '대표이사 의장' 체제로 독립성 한계
- [2024 이사회 평가]사조대림, 오너 일가 '주진우·주지홍' 중심 이사회 구성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돌아가는 자경위 시계…정용기 전 부행장, 신용정보 대표로 복귀
- JB금융, '사외이사·CEO' 선임 규정 손질…지배구조 안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