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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A급 회사채 주관 업무 '신중'…미매각 우려 총액인수 부담…발행시기 연기 제안

임효정 기자공개 2020-04-16 14:46:1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여느 때보다 A급 주관 업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시장 내 투심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미매각 리스크가 커진 영향이다.

총액인수계약으로 이뤄진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 분은 증권사의 몫이다. 상대적으로 미매각 리스크가 큰 A급 발행사가 회사채 시장에 나올 경우 증권사 부담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증권사들은 ELS 관련해 추가 증거금 납입(마진콜)으로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매각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A급 대표주관·인수단 늘리기…총액인수 부담 최소화

현대오트론을 시작으로 4월 A급 회사채 발행이 재개될 전망이다. AA급에 대한 투자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이 가중되자 A급 회사채는 시장에 발을 내딛기 더 어려운 분위기다. 수요예측을 준비 중인 AA급조차 발행규모를 줄이거나 만기구조를 짧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A급에 대한 미매각 리스크가 커지자 증권사 내부에서도 A급 회사채 주관·인수 업무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대표주관사를 포함한 인수단은 총액을 인수하게 된다. 미매각이 발생해도 모든 물량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미매각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꺼리는 이유다.

한 IB 관계자는 "A급에 대한 수요가 아직 많지 않아 딜을 강행하는 데 있어 부담이 크다"며 "여유가 있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증권업도 어렵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증권사 입장에서 A급 딜을 기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증권사간 대표주관 멘데이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이 때문에 대표주관사를 추가하거나 인수단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을(乙)인 입장에서 딜을 안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최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단독 대표주관을 맡은 것을 다른 증권사와 공동으로 하고, 인수단에 타 증권사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인수프로그램에도 '부담'…A급 만기물량, 9월까지 4.6조

산업은행이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A급 이슈어에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증권사의 총액인수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입장이다.

인수 프로그램은 회사채 시장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인수한도는 A급은 발행금액의 최대 40%, AA급은 30%까지다.

앞선 관계자는 "미매각 분에 대해 산업은행이 물량을 나눠 가져가지만 A급 투자수요가 미미하다 보니 이 마저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되도록 발행 시기를 늦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를 포함해 동원시스템즈, 풍산, SK렌터카, 하이트진로 등이 당초 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4월 A급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88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만기도래 회사채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번 프로그램 신청 대상에 포함되는 9월말 회사채 만기물량까지 합하면 총 4조6000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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