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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입장 바뀐 정몽규·이동걸, 주도권은 HDC에?항공업 개선 시점 불투명…산은, 다른 대안 없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16 08:19:2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벌일 계약조건 변경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조급해질 수 밖에 없는 딜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잇단 인수무산설에도 기존 입장을 견지하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정 회장과 이 회장이 처한 상황이 6개월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사실상 두 사람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당시엔 정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자 산업은행의 마음에 들기 위한 전략을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회장이 정 회장의 변심을 막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딜의 계약조건 변경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양측간 별도 협상이 없다는 게 양측의 주장이지만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HDC측이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했고 산은이 이에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내려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반대로 주는 걸 최소화하려는 산업은행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 유력하게 언급되는 요구안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추가 여신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 등이다. 쉽게 말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는 자금 중 산업은행으로 곧장 빠져나가는 돈을 막아달라는 요구다. 해당 조건 없이는 대규모 자금 수혈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5000억원 규모 영구채에 대한 출자전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신주발행 등으로 투입되는 자금이 온전히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쓰인다면 재무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자본 확충으로 인한 부채비율 낮추기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실시한 금융지원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이다. 영구채 매입 5000억원과 신용한도(크레딧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 신용장(LC) 3000억원 등이다.

일단 이 같은 제안을 하는 쪽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산업은행은 내용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양측간 조건을 조율하는 절차가 선행된다. 하지만 결국 산업은행이 한 발 물러서 요구안의 대부분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마지막까지 독려하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우협대상자 선정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양측의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변하지 않은 건 우협 자격을 얻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 매물인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는 달라졌다. 재무상태가 예상범위를 초과해 악화됐고 개선시점도 불투명한 상태다. 빚을 갚고 아시아나항공을 소생시키는데 충분할 걸로 여겨졌던 뉴머니 2조1700억원이 자칫 투입하자마자 곧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커졌다.

물론 이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매각 측의 의지는 그대로다. 오히려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에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더해지고 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행여 이번 딜이 무산되면 매서운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말엔 경쟁을 붙여 우협대상자를 선정했으나 이제 새로운 인수자를 다시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정 회장과의 협상에 임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정 회장의 의지는 기존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나는 등 직접 딜을 챙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판 삼아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여전히 품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사태 등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별 고민 없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었을 터다. 이는 산업은행이 이번 문제만 잘 해결해주면 인수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았다. 마지막 관문인 러시아로부터의 승인도 이번주에 받을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긴 어렵다.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모든 국가에서 승인이 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사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산업은행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특정기업만 지원한다는 특혜논란을 우려해 계약조건 변경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이 협상 진행 과정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항공사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외부변수로 여객수요가 줄었을 경우 문제가 해결되면 폭발적으로 반등하는 특성이 있으니 지금만 잘 버티면 분명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조건 변경에 임해 정 회장의 인수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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