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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이 힘 뺀 구조조정본부…두산 사태로 반전 기능·규모 강화하고 '직보 체계'도 갖춰…'부문'으로 격상 기대

김장환 기자공개 2020-04-28 11:13:3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구조조정 전담 인력들 사이에 '희색'이 돈다. 이동걸 회장(사진) 부임 후 대기업 구조조정 부문은 '찬밥' 신세였지만, 두산중공업 사태로 모처럼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 '본부'가 '부문'으로 존재했던 과거의 명성까지 되찾는 꿈을 꾸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실 산하에 '단'과 3개 '팀'을 신규 편성했다. 해당 팀에는 옛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전담했던 인력들을 집중 배치했다. 구조조정본부-구조조정1실-기업경쟁력제고단-신설 3개팀으로 그려진 구조다. 정재경 구조조정본부장 밑에 실장과 그 이하 3개 팀장 및 팀원들이 포진했다.

두산중공업 전담팀 덕분에 기업구조조정본부는 기업금융부문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일부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금융부문 산하 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두산그룹 현안은 윗선에 '직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현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번 사안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셈이다.

이같은 변화를 준 건 두산중공업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위기로 보기 어려운데다 두산그룹 전체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하는 일로 봤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만 놓고 보면 올해 내에 4조원 넘는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정작 채권단이 당장 지원을 약속한 건 1조원대 신규 크레딧라인이 전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없이는 차입금 만기 연장을 비롯해 당장 이달 27일 만기가 잡혀 있는 5억달러 규모 외화표시채권 대응도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자리잡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지주사 ㈜두산이 직접 거느리는 지배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핵심 자산 매각도 요구했다. 두산그룹 전체를 건드려야 하는 일이어서 장기간 구조조정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본부에 전담팀을 만들고 그 힘을 강화한 배경이다.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사로 금호 구조조정을 전담했던 인력들을 집중 투입한 데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금호 구조조정을 견인한 인사들은 당시 금호가 영위했던 항공과 화학, 건설 등 전방위 사업 구조조정을 두루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같은 경험을 한 이들은 조직 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 구조조정을 해봤던 직원을 전면 배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해봤던 인사들 경우 항공과 건설 등 전 사업영역과 관련 구조조정을 직접적으로 해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두산그룹 사태 해결을 맡을 적임자란 판단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구조조정 부문에 힘이 실린 건 이동걸 회장 체제 출범 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부임 후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미래 성장 가치를 지닌 강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란 생각을 꾸준히 밝혔다. KDB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 설립하고 대우건설을 넘겨 구조조정 후 매각하는 밑그림을 짰던 것도 이같은 생각의 발로다. 기업 구조조정은 전문 자회사에서 하고 산업은행은 창조성 있는 기업 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의도였다.

임원 인사와 조직재편에도 그 신념이 투영됐다.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이 회장 부임 후 3개월 만인 2017년 12월 퇴임하고 떠나자 이 회장은 공석을 채우지 않았다. 대신 기업금융부문장(당시 성주영 부행장)이 구조조정부문장을 겸임토록 했다. 이후 이듬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업구조조정 '부문'을 '본부'로 격하하고 부행장 자리를 아예 없앴다. 2015년 반대 과정을 거쳐 본부에서 부문으로 격상한 지 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당시 기업구조조정부문을 본부로 축소한 건 정 전 부행장의 퇴임도 그렇지만 당시 구조조정 전문 인력들이 진행하고 있던 구조조정, 특히 금호타이어 등 해결 방향을 마땅찮게 여겼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부임 후에 박삼구 회장 쪽에 유리한 상황을 자꾸 만들어주던 A은행을 찾아가 행장에게 금호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엄포를 놨고 그 뒤에서야 금호 구조조정이 시장 논리에 맞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며 "금호 구조조정이 적합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회장이 직접 개입하자 임원이 사직서를 낸 것인데 덜컥 받아들였고 이후 조직 규모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체제에서 힘이 크게 빠졌던 기업구조조정본부는 두산중공업 사태로 역할과 위상이 다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과거처럼 '부문'으로 올라서는 꿈까지 꾸고 있다. 본부장이 아닌 부행장 체제가 다시 갖춰지면 기업금융부문과 완전히 독립적인 경영 구도가 만들어진다.

다만 기대의 실현은 현 회장 체제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회장의 시기가 그리 길게 남아 있지는 않다. 이 회장 임기는 올 9월을 끝으로 만료되고, 또 산업은행 회장 연임 사례는 70년대 '총재 시절' 한 차례 외에 없었다. 산업은행의 올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는 새롭게 부임할 회장이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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