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규모의 경제'가 만든 中 수익성 마법 3월 영업이익률 31%, 평상시 두배…마케팅 없이 매출확대로만 마진 개선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24 08:04:1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4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품업계에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생활경제와 밀접한 제품인 만큼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아 마진율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다. 상대적으로 가격조절이 용이한 해외시장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다.그런 의미에서 오리온이 최근 중국시장에서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한 것은 꽤 경이로운 성과로 꼽힌다. 이렇다 할 마케팅이나 비용절감 전략 없이 오로지 규모의 경제만으로 실현한 수익성이라는 데 주목된다. 중국에서 한번 잭팟이 터지면 얼마나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회자된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돌리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 각각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화에 힘을 쏟았다. 특히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Orion Food Co., Ltd.' 등 9개 법인을 설립했다.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은 오리온의 종속기업으로, 중국법인은 홍콩에 세운 해외지주사 'PAN ORION Corp. Limited.'를 통해 거느리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법인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68%로 압도적이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역시 해외매출은 호조세를 보였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사재기 열풍까지 불어닥치면서 과자나 비스킷류의 소비가 덩달아 확대됐다. 올해 1분기 해외법인의 매출 총액은 3529억원으로, 전년도 3228억원보다 9.3% 증가했다. 같은기간 국내 매출은 이보다 낮은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이 각각 23%, 32% 증가하며 매출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해외 매출 호황기에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중국의 수익성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정점에 달했던 3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31%를 찍었다. 중국에서는 물론 오리온 전체적으로도 처음인 역대 최대 수익성 기록이다.
중국 현지법인 9곳의 총 매출액은 1176억원, 영업이익은 368억원이다. 코로나19확산의 초창기였던 1월과 2월 매출액이 각각 946억원, 507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3월에 폭발적으로 장사가 잘 됐던 셈이다. 코로나19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데 따른 수혜로 해석된다.
오리온은 중국 지역 내 일반 슈퍼마켓이 아닌 대형마트나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펼친다. 반면 현지의 경쟁제품들은 일반 슈퍼마켓 등을 기반으로 영업한다. 코로나19로 지역 슈퍼마켓이 대부분 셧다운 되면서 구매인파가 대형마트 등에 몰렸다. 매대에 더 많이 깔려 있는 오리온 제품이 현지 경쟁제품을 제치고 흥행을 일으킨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오프라인 점포 매출 비중은 전체의 42% 비중에서 50%를 넘었다. 온라인 매출 비중도 기존 7%에서 10%로 증가했다.
매출이 평상 시의 두세배 가량 늘면서 원가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보통 중국법인의 영업이익률은 약 10%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15.4%, 연간으로는 16%였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수익성을 평상시보다 약 두배가량 높이는 효과를 본 셈이다.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풀가동 하면서 단위당 원가가 낮아지며 마진율이 상승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특별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등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지출되는 비용도 없었다. 고정비는 그대론데 매출원가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치솟은 셈이다.
순수하게 매출확대로 수익성 올린,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대해 오리온 안팎에서는 중국시장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매출확대가 가져오는 파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내부 관계자는 "감가상각비나 관리직 인건비 등은 매출이 늘어난다고 같이 올라가는 게 아니고 특별한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매출이 확대된 것인만큼 전형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결과"라며 "대형마트 등 벌크로 판매할 수 있었던 전략과 온라인을 혼합한 판매전략이 현 코로나19 사태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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