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LGD, '현금축적' 최악 시나리오 대비 3조 6370억 실탁 확보, 코로나발 수요 변동성 우려
윤필호 기자공개 2020-04-24 08:13:3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올해 1분기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각종 비용과 투자를 줄여 실탄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보유 현금이 2008년 3분기 이후 12년만에 최대 규모를 찍었다.LG디스플레이는 23일 개최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자산이 3조63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3분기 말에 기록한 3조7850억원 이후로 가장 많은 규모다. 각종 비용 절감과 투자비 최소화 노력을 기울이며 현금관리 활동을 강화한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경쟁업체들의 저가 LCD 패널 공세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서두르면서 광저우 생산라인 가동에 집중하며 난국을 헤쳐왔다. 그러다 올해 초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전 산업으로 위기가 확산됐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각종 변동성 리스크가 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각종 비용 절감을 통한 긴축 정책으로 예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금 자산 증가는 그간의 긴축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780억원으로 전분기에 이어 플러스 흐름을 기록했다.
자본적지출(CAPEX)은 축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조원 규모를 집행했는데 올해는 3조원대 지출을 예고했다. 서동희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컨콜에서 "코로나19가 촉발한 리스크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겠지만 투자 규모는 감가상각비 범위 내에 결정하는 건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 전무는 앞서 1월 컨콜에서도 "감가상각비는 향후 5년간 매년 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각종 재무지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직전분기보다 1%포인트 증가한 186%를 기록했다. 순차입금도 10조9160억원을 찍었고 순차입금 비율도 직전분기 대비 6%포인트 늘어난 87%를 기록했다.
실적도 지속적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619억원, 1989억원으로 전분기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액도 직전 분기 대비 26% 감소한 4조7242억원에 그쳤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00억원, 이익률 13.3%로 집계됐다. 다만 적자폭은 전분기보다 소폭 줄었는데, 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판가가 오르고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한 덕분이다.
2분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이어질 전망이다. 생산 측면에서 당초 광저우 생산라인 마무리를 위한 엔지이어 투압이 지연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대형 OLED 패널을 300만대 생산했고 올해 두 배 규모인 60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램프업(생산량 증대) 지연과 수요 예측 불확실성으로 변동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 올해 대형 OLED 패널은 10%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1분기 LCD TV 팹 축소와 코로나 19에 따른 생산 차질로 전분기 대비 패널 출하면적이 감소했다. 면적당 판가가 높은 플라스틱 올레드(POLED) 제품 비중도 축소돼 매출이 감소했다. 2분기에도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감소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다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신규 수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 확대로 2분기 정보기술(IT) 패널 수요가 작년 동기대비 20~30%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파주 공장에서 IT 패널 생산능력 확보에 나섰고 중국 난징 모듈 공장도 LCD TV 패널에서 IT 패널로 라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서 전무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어려운 국면이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야 설비투자를 늘리고 재무구조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면한 2분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CFO로서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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