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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3위 경쟁' 에쓰오일과 희비갈린 배경은 1분기 영업손실 5632억원, 에쓰오일 절반 수준

이아경 기자공개 2020-05-07 08:06:4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8: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정유업계 3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에쓰오일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선제적인 가동량 조절과 재고를 측정하는 회계처리방식 등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4조4166억원, 영업손실은 56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분법 대상인 방향족 사업을 다루는 현대코스모와 윤활기유 담당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영업이익까지 합하면 영업손실은 5441억원으로 소폭 축소된다.

전체 영업손실 중 재고평가손실은 1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제마진 악화 등을 포함한 유가변동에 따른 손실이 총 5885억원인 가운데 재고평가손실 비중은 30% 정도에 그친 것이다.에쓰오일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조73억원 중 재고관련손실만 7210억원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재고 관련 실적 차이는 양사의 일일 정제능력과 국내 시장 점유율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일일 정제능력은 각각 69만배럴, 66만9000만배럴이며, 내수 경질유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21.7%, 21.5%다.

이는 재고평가 방식에 따른 회계처리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재고평가 방식으로 선입선출법(First-In First-Out·FIFO)을 쓰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총평균법을 적용한다. 전자는 재고 단가에 가장 최근의 값을 적용해 유가 변동성이 더 크게 반영되는 반면, 후자는 기초 재고와 당기매입 물량의 평균값으로 매출원가를 잡아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분기 평균 유가는 배럴당 50.7달러, 1분기 말 유가는 20달러대로 에쓰오일의 재고손실이 더욱 클 수밖에 없던 셈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선제적 가동량 조절이 주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해 일 52만배럴 규모의 생산능력(CAPA)을 46만배럴로 12% 줄여 재고를 관리했다. 예년보다 휘발유 등의 재고가 더 많음에도 기존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에쓰오일과는 대조되는 전략이다. 에쓰오일은 수요 감축에 따른 가동률 감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인 헷지(Hedge)를 통한 리스크 관리 전략도 영업손실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외환 리스크, 유가 리스크, 정제마진 리스크 등 다양한 리스크를 통합 관리한다. 특히 올 1분기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 제품 마진 악화에 따른 손익을 방어하기 위한 헷지 전략으로 24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제품 판매에서 환율 변동을 적용하지 않는 거래 조건이 있다"며 "제품가를 고정시켜 유가 변동이나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물량에 대한 위험을 헷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2분기에도 현대오일뱅크는 타사 대비 재고관련손실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보수를 예정보다 앞당겨 진행하고 있어 재고 축소는 물론, 지난달 유가 급락의 영향을 일정부분 방어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제2공장(원유정제처리시설 및 중질유분해시설 등)의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제2공장은 하루 36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며, 이는 현대오일뱅크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전사 차원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이어가고 있다. 2019년부터 매주 손익개선사항을 발굴하는데 이어 지난 3월부터는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임원 급여의 20%를 반납하고, 올해 경비예산 중 74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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