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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실탄 없는 KCGI, '유증 참여' 의사 속내이달 초 한진칼에 내용증명 발송, 자금조달 우려 불식 목적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14 16:42:2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칼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의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관심을 모은다.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선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데 잇달아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등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KCGI가 현실적으로 한진칼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을 깔고 이 같이 행동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나설 경우 조 회장을 포함한 우호세력 모두가 신주를 인수해야만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부담으로 인한 리스크가 상당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옵션이다.

14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CGI는 이달 초 한진칼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조달 방법과 관련된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시는 유상증자 규모와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으나 최대주주(29.96%)인 한진칼의 참여가 기정사실화 된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해당 내용증명에서 KCGI는 한진칼이 추후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설 상황을 가정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제3자배정은 반대하지만 주주배정엔 찬성하는 등 유상증자 '방식'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다. 주주배정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3자 연합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

일단 KCGI가 3자배정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조 회장이 백기사를 콕 찝어 증자를 실시하면 지분율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KCGI를 포함한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2.74%다. 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약 40% 내외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백기사 대상 3자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율이 늘어나 3자 연합을 넘어서게 된다.

다만 KCGI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찬성한다는 건 다소 의아함을 남긴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감안할 때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3자 연합 입장에서는 지분율 희석을 막기 위해 반드시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지만 자금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KCGI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한진 지분을 팔아 주식담보대출금을 상환했을 정도로 자금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매번 대출 만기를 연장해 오던 것과 달리 지난달 상환을 결정해 자금조달 능력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따라 붙기도 했다. 당장 이달부터 나머지 주담대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신 있게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KCGI는 주로 펀딩과 주담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선 5%대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추가적으로 돈을 빌려야 한다.

그렇다면 KCGI는 왜 굳이 앞장서서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을까. 재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한진칼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행동으로 이해한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선택지를 활용해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는 의미다. 실제 자금사정과는 별개로 유상증자에 무리없이 참여할 능력이 된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드러냈다. KCGI 입장에서는 사실상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3자 연합 관계자는 "한진칼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KCGI도 어떻게든 들어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KCGI도 그렇고 반도건설도 약간의 여유가 있는 걸로 안다. 어떻게든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진칼 입장에서는 쉽사리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가 없다. 조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와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 모두가 추가로 신주를 인수해야 지분율 희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스스로도 상속세 등 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델타항공 등 우군들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권주 발생시 기존보다 지분율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KCGI의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결론 났다. 한진칼은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유상증자가 아닌 자산 매각과 담보부 차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매각 및 차입 방안 마련은 다음으로 미뤘다. 한진칼 관계자는 "매각 및 차입 방안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하여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한진칼이 백기사 찾기에 실패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당초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담보 대출 등으로 자금조달 방안을 돌릴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로써 KCGI는 시장에 자금력이 나쁘지 않다는 신호만 보내고 실제 돈을 쓰지는 않게 됐다. 지분율 싸움과 관련해서도 한숨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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