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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무차입' 했더니 '역차별', 정부지원 못받는 '티웨이항공' 아이러니정부, 차입금 5000억 이상 기업 지원 방침…"진행상황 지켜볼 것"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22 10:31:3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무차입 기조'에 발목이 잡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조성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으로 '차입금 5000억원 이상'을 내걸면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 지원금 없이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티웨이항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역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웨이항공은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중장거리 노선에 진출해 선도 LCC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서 배제될 경우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해 중대형 기재 도입 계획 등이 뒤로 밀릴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세부 운용방안을 확정했다. 지원대상은 항공, 해운 등 대상업종에서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티웨이항공은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티웨이항공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2020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3722억원으로 기준(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부터 회계상 부채로 계상하기 시작한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차입금은 65억원으로 줄어든다. 사실상 무차입 상태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은 건 티웨이항공 뿐 아니라 국내 전 LCC들의 공통점이다. 업력이 짧고 보유자산이 많지 않아 금융권에 맡기고 돈을 빌릴 만한 담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지난 3월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대출심사를 진행했을 때 기준을 충족한 LCC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심사기준을 최근 3년간 운항실적으로 변경해 무담보 대출을 실시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은 담보가 없어 시중은행에서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괜히 무차입 경영을 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2016년 약 80억의 차입금을 모두 정리하고 무차입 경영에 집중해 왔다. 비용부담이 큰 항공기는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운용리스로 도입하며 보유 자산 내에서 살림을 꾸려왔다. 실제로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차입금 관련 내용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무차입 재무기조에 금이 간 건 새로운 리스회계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다. 변경된 회계기준은 기존 금융리스뿐 아니라 운용리스도 부채로 계상했다. 보유 항공기 대부분이 운용리스인 LCC들은 물론 대형항공사(FSC)들도 부채비율이 수직 상승했다. 티웨이항공의 총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3607억원까지 늘었고, 부채비율도 328%로 치솟았다.

문제는 적시에 유동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 중대형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에 진출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단 지난 2월 인천-호주, 인천-키르키스스탄 운수권을 따낸 데 이어 최근 크로아티아와 타지키스탄 운수권도 확보했다. 국내 LCC 중 처음으로 유럽(크로아티아)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특히 중대형기 도입을 위해 전사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도 운영하고 있다. 운항과 객실, 정비, 전략, 구매 등 유관부서 인원들이 '중장기 노선계획TF'에 참여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 지원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 향후 진행상황 등을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아직 기종 검토까지만 한 상황으로 중대형기 도입 일정 등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 티웨이항공은 유동성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산업은행으로부터 60억원을 대출받은 데 이어 최근 수출입은행에서도 1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21일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확보를 목표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도 결의했다. 티웨이항공이 CB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CB는 산업은행이 전량 매입한다.


최근 티웨이항공의 재무적 결정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창희 재무본부장(상무)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정 상무는 대성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회계사 출신으로 지난해 9월부터 CFO를 맡아오고 있다. 2018년 11월 티웨이항공에 입사해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다 재무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티웨이항공은 경영본부 아래 하나의 팀으로 존재하던 재무조직을 분리해 본부로 업그레이드하며 힘을 실었다. 이때 정 상무가 4년간 재무를 총괄해 온 김형이 경영본부장(전무)으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았다. 상장사로서 회계와 자금 등 재무 관련 업무를 기존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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