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롤러코스터' 난제…공개매수 해법되나 쌍용양회우, 전량 매수 스타트…주주 실익 무게, 상장폐지 현실화 성큼
양정우 기자공개 2020-06-04 15:29:09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우선주의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시장 교란의 대표 사례로 꼽힌 우선주이지만 근원적 처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쌍용양회공업이 내놓은 우선주 공개매수 카드가 질적 건전성을 해친 가격 왜곡의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이른바 '우선주 파동'으로 불리는 기현상의 시작점은 1999년이다. 몇몇 우선주의 가격이 보통주를 웃돌더니 보통주보다 무려 180배나 비싼 우선주가 나오기도 했다. 우선주의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사이 투자자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후 20여 년이 흘렀으나 지금도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우선주가 적지 않다.
◇우선주 광풍, 급등락 반복 여전…시가총액 왜소, 가격 교란 수월
우선주 투자 광풍은 굳이 파동 당시 때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지난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로 촉발된 한진칼 우선주의 주가 급등이 가까운 사례다. 주가가 주당 1만7000원대에서 단숨에 7만원으로 4배 넘게 치솟았다. 우선주 투자 열기는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SK네트웍스,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투자증권 등 다른 우선주로 번지며 상한가 기록이 쏟아졌다.
올해에도 테마 바람에 휩쓸려 상한가 랠리를 벌인 우선주가 많다. 끝나지 않는 경영권 분쟁으로 대한항공 우선주는 두 자리 수 이상의 주가 변동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차기 대통령 설문조사가 나올 때마다 특정 인사의 테마주로 분류된 A우, B우 등은 상한가와 주가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우선주가 가격 왜곡 세력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무엇보다 시가총액이 작기 때문이다. 비교적 작은 금액으로 시세 조작을 시도하는 게 가능하다. 정치인 테마주인 우선주는 시총이 대체로 100억원 안팎이고 대기업의 우선주도 51억원(동부건설우)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시가총액이 작다는 건 기관투자자의 보유 물량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통주식 대부분을 개인투자자가 보유했을 때 인위적 주가 조정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기관은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지나치게 급등하면 가차없이 매도에 나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펀더멘털보다도 상관관계가 약한 테마 광풍에 휘둘릴 여지가 크다.
1999년 우선주 파동 때를 짚어보면 당시 보통주보다 비싼 우선주(16개)가 불과 한 달만에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후 몇 주가 지나지 않아 다시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금융 당국, 우선주 제도 보완 '한계'…최대주주 나선 쌍용양회, 공개매수 묘안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넋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우선주 이상 현상을 두고 시장 감시와 심리를 강화하는 방침을 잇따라 내놨다. △자진 상장폐지 허용 △신규상장시 최저수량요건 신설 △투자주의·투자경고 지정 제도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선주 기현상은 여전하다. 아무래도 우선주 자체를 옥죄는 건 주주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여서 근원적 대책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
이 와중에 쌍용양회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지분율 77.44%)가 우선주 전량을 공개매수한다는 강수를 뒀다. 쌍용양회 우선주 역시 가격 왜곡에 시달렸던 가운데 최대주주측이 자발적 해결책을 마련했다.
키포인트는 주주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 가격(주당 1만5500원)을 주가(공시 전 9240원)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우선주 주주가 실익을 거둘 기회를 제공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원론적 해결책보다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
본래 공개매수는 경영권 분쟁시 활용되는 법적 제도다. 하지만 우선주 대량 매입에 공개매수 방식을 사용하는 접근법이 제시됐다. 공개매수 제도의 장점을 감안하면 전량 취득의 가능성을 높이는 건 물론 주주 간 평등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향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를 넘어설 경우 자진 상장폐지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주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지면 가격 왜곡이 심한 우선주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쌍용양회우, 특정 테마에 주가 요동…수차례 걸친 투자주의 경고
쌍용양회 우선주는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분쟁, 테마 광풍 등 특정 이벤트에 요동쳐 왔다.
2015년 말 채권단 보유지분 공개매각과 관련해 태평양시멘트측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급등과 급락 흐름을 보였다. 2016년 말 종속회사 쌍용해운 주식을 양도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보통주보다 심각하게 급등락하면서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이어졌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무렵엔 납북경협주로 엮였다. 실질적으로 펀더멘털 개선에 영향을 주기 힘든 테마였으나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비정상적 주가는 아직까지 여전해 공개매수를 공시하기 전까지 우선주의 주가가 보통주보다 높았다. 통상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쌍용양회 우선주는 수차례에 걸쳐 투자경고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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