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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EUV제조업 점검]"새판 깔린다" 소부장 국산화 기수 '기대감' 고조①삼성전자·SK하이닉스 설비투자 확대…일부 상장사, 1년새 시총 최대 5배 올라

조영갑 기자공개 2020-06-15 07:52:18

[편집자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코스닥 상장 협력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EUV 반도체 공정과 관련 소재 국산화, 장비개발에 나서고 있는 코스닥 상장 반도체 기업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5: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스템반도체가 다변화와 다종화되는 상황에서 EUV(극자외선) 초미세 공정 확산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협력사들이 소재부품과 장비개발 관련 투자를 확대할 기회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메이커 출신 전문가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EUV 시대'를 선언한 이후 자본시장과 코스닥 상장 협력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재 국산화 분위기와 맞물려 국내 반도체업계에 '새로운 판'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EUV(Extreme Ultra Violet)는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으로 웨이퍼에 패턴을 그리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훨씬 짧아 세밀하게 패턴을 그릴 수 있다. 같은 면적의 도화지(웨이퍼)에 훨씬 가는 펜으로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리와 같다. 5G, AI(인공지능) 등 하이엔드(high-end)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성능·저전력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구축하고 있는 EUV 공정라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최근 삼성전자는 화성에 EUV 라인(V1)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데 이어 평택에 대규모 EUV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 밑그림이다. 삼성전자는 EUV 투자를 통해 대만 TSMC를 뛰어넘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내년까지 약 10조 원가량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4.1%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가 15.9%로 2위다.

평택과 화성을 중심으로 EUV 공정이 가속화되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생태계가 크게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 말 EUV 라인을 통한 D램 양산을 예고한 SK하이닉스까지 가세하면 전문가들은 향후 D램을 비롯한 하이브리드 P램 등 차세대 반도체 양산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율 50% 속 코스닥 ‘군계일학’ 기대감↑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공정상 투입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산화다. 국제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시장의 소부장 국산화 비율은 50% 수준으로 평가된다. 소재분야 국산화비율은 2013년 48.3%에서 2017년 50.3%로 소폭 상승했지만, 장비분야 국산화비율은 같은 기간 25.8%에서 18.2%로 오히려 하락했다.

일례로 노광단계에서 웨이퍼에 바르는 핵심소재인 감광제(PR)는 100%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웨이퍼에 이온을 주입해 소자의 특성을 만들어 내는 이온주입기 역시 100% 수입하고 있다. EUV 공정의 핵심 극자외선 노광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세정과정에서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에칭가스의 국산화 비중은 점진적으로 상승해 65% 수준까지 올라왔다. 평판, 열처리 등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를 그리는 핵심공정인 노광과정만 떼어놓고 보자면 외국인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스포츠팀에 비유할 수 있다"며 "팀의 성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전체 업계의 역량을 키우려면 하부 육성 시스템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코스닥 상장 협력사들의 기업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포토마스크(블랭크마스크) 소재, 고순도 불화수소, 중소형 노광기 등 일찌감치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섰던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네덜란드 ASML는 EUV 노광기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노광기를 개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에스앤에스텍은 1년 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5배가량 상승했다. 당시 1200억원 수준이던 에스앤에스텍 시총은 현재 5800억원에 달한다.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FDP)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블랭크마스크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노광 핵심소재인 포토마스크의 주원료다.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2001년 국내 처음으로 블랭크마스크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블랭크마스크 단일 품목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일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스앤에스텍의 시장 진출이) 무모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국내 전문업체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에 부응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앤에스텍은 2017년 매출액 539억원과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매출액 610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 2019년 매출액 845억원과 영업이익 111억원 등 해마다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더불어 EUV용 PR 생산에 나선 동진쎄미켐,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이엔에프테크놀로지, 노광과정에서 필수적인 환경인 진공상태를 만들어 주는 건식진공펌프 전문업체 엘오티베큠, 디스플레이 레이저 응용장비 전문기업에서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필옵틱스 등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시총도 1년새 1.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늘어났다.

◇글로벌 소재기업과 격차 '여전', 시기상조 우려도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소재기업들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미 적용된 소재부품, 장비를 대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공정은 600여 가지가 넘고, 일부 공정과정이 전체 반도체 수율(합격률)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에 '레시피'가 매우 견고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화아르곤(ArF)에서 EUV로 포토 공정이 업그레이드되는 차원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글로벌 공급사들의 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다수의 국내 협력사들이 오래전부터 국산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해왔고, 성과를 보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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