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EUV제조업 점검]'한우물' 엄평용 유진테크 대표, 공급선 다변화 구슬땀⑦2018년 기점 ALD 강화 승부수, SK하이닉스 편중 매출처 확대 노력
조영갑 기자공개 2020-06-23 08:44:37
[편집자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코스닥 상장 협력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EUV 반도체 공정과 관련 소재 국산화, 장비개발에 나서고 있는 코스닥 상장 반도체 기업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간 반도체 웨이퍼 박막증착 장비 사업에만 집중해 온 엄평용 유진테크 대표(사진)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력풀을 구성한 데 이어 증착기술의 고도화에도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진테크는 공급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출신 엄 대표는 미국 테라다인(Teradyne), 브룩스 오토메이션(Brooks Automation) 등의 자동화 장비 기업을 거친 후 2000년 유진테크를 설립했다. 이후 연구소를 중심으로 반도체사업 '한 우물'만 팠다.
실제 엄 대표는 반도체 박막증착 사업 외에는 유진테크 산하에 여타 사업부문을 두고 있지 않다. 업계 많은 기업이 반도체로 출발해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등 유사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과 비교하면 다각화를 꾀하지 않았다. 2012년 유진테크 머티리얼즈와 2013년 유진태극무역을 각각 설립했지만 반도체 증착용 가스생산(전구체)과 장비 유지보수 및 수출입을 담당하는 관련 법인이다.
엄 대표의 이런 '고집'은 연구소 구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엄 대표는 회사 설립과 동시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를 이끌었다. 당시 6명에 불과하던 인력은 올해 1분기 기준 133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전체 임직원 322명 중 41.3%가 연구소 인력이다. 석박사 인력만 30여 명 수준이다. 연구소를 이끄는 핵심인력 전원이 반도체 관련 전문가다.
유진테크는 박막증착 관련 연구개발에만 매년 매출액의 4분의 1가량을 쏟아붓는다. 경상연구개발비용은 2017년 310억원, 2018년 486억원, 2019년 576억원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3년 동안 총매출액의 24.6%를 연구와 관련 비용에 투입했다.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LP CVD(저압력 화학기상증착), ALD(원자층증착) 박막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했다. 2017년 말 독일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회사 아익스트론(Aixtron)의 CVD, ALD 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ALD 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ALD 박막장비(QXP)는 미세화되고 고적층화하는 D램, 낸드 시장에서 차세대 증착장비로 꼽힌다. 현재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마이크론(Micron) 등에서 QA(품질인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박막증착을 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두껍게 전자층이 형성될 필요가 있는 레이어는 CVD 공법으로 접근하고, 적벽(적층)을 쌓거나 유전막을 얇게 폴딩해 정확한 두께의 레이어를 증착해야 할 경우에는 ALD가 훨씬 효과적인데 유진테크는 상호보완되는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향후 삼성전자 평택 P2라인(EUV라인)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진테크 측은 "(민감한 사안이라)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이와 함께 높은 수준의 인력 보강도 꾀했다. 2018년 초 SK하이닉스에서 FlashTech 개발본부장, 낸드개발본부장을 지낸 김진웅 전무를 수석사장으로 영입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 전무는 16나노 공정 기술, 128Gb MLC(멀티레벨셀) 낸드플래시 등의 개발을 지휘한 3D 낸드플래시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유진테크 중추인 연구소를 이끌면서 ALD 장비의 안착을 지휘하고 있다.
다만 엄 대표가 현대전자(SK하이닉스) 출신인 데다 임원의 다수가 SK하이닉스 출신으로 꾸려진 점은 유진테크의 과제로 지적된다. 반도체 협력사는 주요 공급처의 거래선 및 장비 공동개발을 위해 '전관영입'이 잦은 편인데, 편중된 인력풀은 수익처를 한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진테크의 매출액 상당 부분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2054억원 매출액 중 1534억원(74.6%)가 SK하이닉스 향 매출액으로 분석된다. 394억원(19.2%)은 삼성전자 향으로 파악된다. 유진테크 측 역시 삼성전자 향 매출액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한 상무의 영입 역시 이런 의도로 풀이된다. 2018년 3월 엄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의 이 상무(R&D)를 영입해 배치(Batch) 개발을 맡겼다. 배치는 싱글 웨이퍼가 아니라 여러 장을 한번에 증착하는 일괄 증착기법이다. 이 상무는 DRAM 300mm Batch설비 유전막 공정 개발, Flash Batch 설비 SiN/SiO ALD 공정, 설비 개발을 한 전문가다. 유진테크의 ALD 공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테크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없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에 회사 전체가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ALD장비 등이 인증(QA)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삼성 측을 비롯해 마이크론에 거래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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