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38조 '곳간' 지키는 하형석 기금운용부문장②삼성생명 출신 관리자산 총괄 임무, OCIO 사업 기반 마련
김진현 기자공개 2020-07-14 13:52:48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은 260조 원을 굴리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자산운용사다. 지난 20여 년간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상품 개발뿐 아니라 선진 운용 시스템, 체계적인 위험 관리 능력을 갖춰 업계를 선도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형석 기금운용부문장(상무·사진)은 삼성자산운용의 외부위탁운용(OCIO) 사업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그를 '겸손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일반적으로 주간운용사가 자금 운용을 맡기는 하위운용사라는 용어조차 아래로 보는 시각이 전제돼 있다고 생각해 개별운용사라고 칭할 정도다. 삼성자산운용이 5회 연속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그의 소통 능력을 꼽는 이들이 많다.
하 부문장의 업적 중 OCIO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OCIO는 일반적인 일임 운용과 달리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데 의의가 있다. 최고운용책임자(CIO) 역할을 외부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이런 이유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운용성과만큼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위탁자 입장에선 운용자산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꾸밈없이 전달받을 수 있어야 믿고 자금을 맡기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하 부문장이 있다.
◇ 25년차 '삼성맨', 채권 매니저에서 OCIO '수장' 등극
그는 1995년 삼성생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25년차 삼성맨이다. 여타 신입사원들처럼 삼성생명에서 영업 업무부터 시작해 커리어를 쌓아왔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삼성생명 투자사업본부 채권운용 업무를 맡으며 운용업과 연이 닿았다.
2002년 삼성생명은 자산운용부문을 분리시켜 당시 삼성투자신탁운용에 합쳤다. 이 과정에서 그 또한 삼성투자신탁으로 합류한다. 삼성생명 시절부터 채권운용을 담당했던 그는 삼성자산운용 LT주식운용본부에서 삼성생명 일반계정 채권운용 부문 등을 담당하며 채권 매니저로 커리어를 쌓는다.
이후 삼성생명의 특별계정 및 변액보험 관련 채권 운용을 맡으며 경력을 쌓던 그는 2012년 투자풀운용팀 팀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운용본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풀 관련 인력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역량 있는 매니저들의 보직을 변경했고 당시 하형석 매니저도 팀장으로 인사가 났다.
삼성생명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투자풀운용팀 팀장을 맡은 배경이었다.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과 안정적인 운용 역량의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1년 뒤 연기금투자풀 재선정을 따내야하는 삼성자산운용으로서는 역량있는 매니저를 배치해 적극 어필할 필요도 있었다.
그가 투자풀 운용 업무를 맡은 시점은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을 1년 앞둔 때였다. 그 전까지 채권운용 매니저였던 그는 OCIO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고 6개월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업무에 적용시켜 나갔다.
왕족이나 귀족 등 해외의 고액자산가들이 자금운용을 맡긴 데에서 출발한 OCIO 사업은 전문성과 신의성실 원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역시 전문성과 신의성실 원칙을 앞세워 기관을 공략했다.
삼성자산운용이라는 회사의 운용성과 역량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기는 투자'라는 말처럼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겠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또 '과거의 우리가 적'이라는 생각으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주간운용사 지위에 도전하는 타 운용사들보다 뼈아프게 진단하며 개선점을 제시했다.
결국 삼성자산운용은 2013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됐다. 하 부문장은 당시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진단하고 정면돌파를 택한 게 재선정을 받은 배경이었다고 보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 등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014년 투자풀운용본부 본부장을 지내고 이듬해 상무 승진으로 임원에 올랐다.
이후 2017년 다시 한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얻는데에도 일조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38조원이 넘는 외부자금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자금이 17조원, 산재보험기금 자금이 약 20조원이다. 70개 이상 기금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역할을 하 부문장이 수행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민간 OCIO 시장 '개척자'
하 상무가 이끄는 OCIO사업본부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은 향후 민간 OCIO 사업을 선점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딜 중 하나였다.
그간 국내 OCIO시장은 공적기금 위탁 위주로 발전해왔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로 인해 민간기금에서도 외부위탁을 맡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간 안정적으로 예적금 위주로 투자해왔던 이들이 점차 자산운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위탁운용을 맡은 서울대 발전기금도 마찬가지 사례였다. 대학 기금 중 처음으로 외부 위탁기관을 찾아나선 서울대학교를 두고 자산운용사들은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삼성자산운용이 서울대 발전기금을 따내면서 향후 대학기금 유치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 향후 자금을 맡기려는 대학 기금들이 쏟아져 나오면 한번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삼성자산운용에 맡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이런 민간영역 외부자금 유치를 위해 OCIO사업본부를 승격시켜 기금운용사업부문으로 확대했다. 그간 OCIO 사업을 이끌어온 공로와 사업연속성을 고려해 하 상무를 부문장에 앉혔다.
향후 법인 등 기관의 퇴직연금 사업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민간 OCIO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 부문장은 기금운용부문을 이끌면서 공적기금과 민간기금을 모두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는 "OCIO 사업 부문이라는 게 어떤 한 개인의 역량이라기보다는 조직의 문화, 시스템을 통해 굴러가야 한다고 본다"며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그런 문화와 시스템적인 부분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외부기금 유치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 6회 연속 '재선정' 과제 남아
삼성자산운용은 내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4년에 한번씩 주간운용사를 재선정하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으로 주간운용사 위탁 기간이 종료되면 재도전을 해야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2011년 연기금투자풀 제도 도입 이후 5회 연속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숫자를 6으로 바꿔 연속해서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하는 기록을 이어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해온 경험을 살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도전할 계획이다. 옛것을 배워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그간 주간운용을 해오며 써온 투자 성과를 강조하고 과거 부족했던 점을 개선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3번째 도전인 만큼 그간 참여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종합자산운용사 가운데 대형사를 중심으로 OCI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도전자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으로서는 18조원에 달하는 연기금투자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글로벌 OCIO 시장 도전을 위해서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가 중요하다.
해외 OCIO 사업의 성장속도와 규모를 고려할 때 국내 시장만 두고 경쟁에 몰두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OCIO 시장은 2019년말 기준 2조2000억달러(약 2648조원) 규모다. 국내와 비교할 때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다만 해외 시장 도전을 위해선 국내 OCIO 시장 재패가 필수적이다. 해외 자산운용사들과 어깨를 견주고 나란히 경쟁하기 위해선 오랜 기간 국내 기관들의 자금을 운용한 트랙레코드가 필수적이다. 내년에 있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4년에 한번 올림픽에 도전하는 선수가 됐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갈고 닦고, 고민하고 있다"며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해 운용성과를 강조하고 개선해야할 점을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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