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시장 공모주 열풍]SK바이오팜은 '서막', 대어급 줄줄이 '본게임' 예고①갈곳없는 유동성, 상대적 ‘안전 투자처' 인식…SK바이오팜 159% 수익, 기대가 확신으로
김시목 기자공개 2020-07-09 13:12:05
[편집자주]
증시 투입 대기자금 격인 고객 예탁금이 사상 최대인 50조원을 넘어섰다. 직접 유통주는 물론 특정 공모주를 담기 위해 반년 만에 20조원 가량 급증했다. 기존 리테일 상품이 연일 사건사고에 휘말린 가운데 부동산마저 규제 탓에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개인 자금 등 시중 유동성은 저렴한 매수 기회, 안전자산 입지 등이 부각된 공모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대어급 공모주 등장이 예고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의 대체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벨은 고객 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공모주 열풍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리테일 시장은 고객들 사이에서 공모주 물량을 두고 벌이는 총성없는 전쟁이다. 딜 한 건에 수십 조 단위의 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대 우위의 안전과 수익 등 최적의 투자 선택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기존 유력 상품인 헤지펀드 침체 속에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는 점도 공모주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이다.대기 중인 대어급 공모주 면면은 하반기 더욱 뜨거운 물량 확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빅딜 기근 속에 시달렸다면 올해는 폭발 조짐이다. 통상 대기업 계열, 업종 '톱티어' 기업 등 일수록 수익 기회가 많았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상장 첫날 159%의 수익률을 고객에 안기면서 남은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리테일 자금 블랙홀 ‘공모주 시장’, 대안 투자처 부상
SK바이오팜에 유입된 일반청약 증거금 규모는 30조원을 넘었다. 개인 주문의 절반 수량분에 대해서만 입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청 주식 수 기준은 60조원을 돌파한 금액이다. 고객 예탁금을 훌쩍 상회한다. 증시 대기 자금의 상당량이 SK바이오팜 공모주에 몰려든 셈이다. 공모 전 고객들의 투자 열기는 청약 결과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리테일 시장에서의 공모주 열풍은 각종 사고로 점철된 다른 판매상품의 반사효과 측면이 크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에서 시작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펀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모 시장은 침체일로다. 최근에는 펀드만이 아니다. 각종 기초자산을 담아 발행된 DLS(파생결합증권) 등 신탁 상품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그동안 유력 투자처로 등장했던 헤지펀드 시장 축소가 단적이다. 지난해 정점을 찍고 고공비행을 하던 헤지펀드 외형은 매월 줄면서 고점 대비 20% 감소했다. 지난해 8월 기준 35조원에 육박했지만 연말과 올해 초를 거치면서 4월에는 30조원 벽이 무너졌다. 무섭게 자금을 빨아들이다가 펀드 사건사고에 휘청거리면서 거듭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단순한 환매 연기, 손실 등을 넘어 일부 판매 및 운용사가 저지르고 있는 불완전판매와 사기 행각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리테일 창구에 등을 돌린 고객들도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증권 및 은행 계좌에 넣었던 자금을 빼서 직접 자금을 굴리는 자산가들이 늘어난 점도 연장선이다. 코로나19 후 신규 계좌 혹은 상품 고객 이탈은 급증했다.
여기에 유례없이 증가한 시중 유동성도 진원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활용 여력은 더욱 커졌다. 시중에 공급된 자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M2(광의통화) 규모는 3000조원을 넘었다. 사모펀드 사고 외에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SK바이오팜에 베팅한 기관과 개인 자금은 총 5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증권사 PB는 “리테일이나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고객 유휴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저금리 기조 역시 돈을 맡겨놓기 보다 직접 굴리면서 수익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점 등에서 매력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 상대적 안전·수익 입지, 공급물량 기대감 배가
공모주는 코로나19 직후 일정 수준 반등한 주식 시장의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기본적으로 적정 몸값에 할인율을 입혀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수익 창출 기회라 여기고 있다. 공모로 진행되고 모든 과정이 금융감독원의 통제 하에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산 특성상 타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정보 비대칭성도 낮아 안전성 역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달 2일 증시에 입성한 SK바이오팜 주가 상승은 리테일 시장의 공모주 열풍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단 열흘 만에 개인들에 대규모 수익을 안겼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됐고 바로 상한가를 쳤다. 현 기류를 고려하면 주가 잠재력이 당분가 계속 높을 전망이다. 시장 안팎의 기대가 우려나 최악이 아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SK바이오팜에 몰린 투자금이 성공적 엑시트를 눈앞에 두면서 공모주에 자금을 밀어넣는 고객들은 더욱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를 충족시킬 공급 대기 물량도 상당하다. SK바이오팜의 공모 규모(1조원 안팎)에 버금가는 대어급들이 즐비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그룹 복수 계열사 등 조단위 밸류에이션에 육박하는 공모주들이 대기 중이다.
잠재 공모주 투자 대상들의 상장 프리미엄이 높은 점도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계열사들은 대거 비대면, 언택트 수혜 그룹으로 높은 성장성을 기대받고 있다. 최근 카카오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써왔다. 다른 대어급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글로벌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면서 톱티어 연예기획사로 떠올랐다.
투자자들은 멀리 가지도 않고 2016년 입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사례를 참고한다. 당시 13만6000원에 입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6월말 기준 무려 80만원을 넘었다. 특히 코로나19 후 몸을 사렸던 펀드 운용사들의 경우 수익률 확보를 위해 대세로 떠오른 공모주 투자를 예고하면서 수요 기반을 떠받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의 수요 초과 기류는 수시로 있었지만 올해만큼 공급 물량이 받친 시기는 흔치 않다”며 “대어급들이 나올 때마다 리테일 자금의 몰림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대만큼 우려도 있었던 SK바이오팜이 하루만에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대기 공모주로 더 눈길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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