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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FMM 국산화 대전]'기술 변경' 오럼머티리얼, 고사양 개발 이어갈까⑧'전주도금→에칭' 변경, 장기화로 재무 리스크 확대

조영갑 기자공개 2020-08-11 09:50:29

[편집자주]

파인메탈마스크(FMM)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다이닛폰프린팅(DNP) 등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간 일본 기업이 장악해왔던 이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최근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 국책과제 수행 대상으로 선정돼 '국산화 기업' 타이틀 획득을 위해 내년까지 경쟁을 벌인다. 더벨은 FMM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6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칭 방식으로 파인메탈마스크(FMM)를 개발하고 있는 오럼머티리얼(옛 티지오테크)이 연구개발(R&D)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양산화의 전제 조건인 수율 문제로 인해 기존 개발방식인 전주도금(electroforming)에서 에칭(식각)으로 선회한 탓이다.

2012년 이후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R&D 비용을 지속해서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회계감사법인이 아니라 정확한 실적을 확인할 순 없지만, 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영업손실만 30억원 이상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수행기업 4개 업체로 지정된 오럼머티리얼은 풍원정밀과 연말까지 경합을 벌인다. 내년 초 한 곳의 기업만 ‘FMM(에칭 방식) 국산화 기업’으로 선정돼 2023년까지 정부의 펀딩과 정책지원을 받는다. 오럼머티리얼이 기술을 진척시키지 못하면서 풍원정밀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열팽창계수(CTE) 등 파일럿이나 양산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기업들과 달리 재무적인 어려움마저 겹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

오럼머티리얼은 1월 티지오테크에서 상호를 변경했다. 삼성반도체 연구소 출신 장택용 대표가 2007년 창업했다. 장 대표는 2002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테라세미콘을 창업해 2014년 원익IPS에 매각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매각 후 2014년부터 티지오테크 경영에 집중하면서 인바도금용 장비 및 FMM 개발에 매달려 왔다. FMM 개발이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오럼머티리얼은 2018년 초고해상도 FMM 스틱 샘플(70x140mm)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초고해상도 FMM은 1000ppi급 이상의 화소를 구현하는 디바이스에 적용되는 소재다. 오럼머티리얼은 처음부터 3000ppi급 FMM 개발에 뛰어들어 샘플(사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처럼 유행하던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산화까지 이어지는 생산효율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에 부딪혔다.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은 탓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틱 샘플을 만드는 기업은 많지만 파일럿 생산, 양산화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험난하다"며 "다이닛폰프린팅(DNP)이 장악한 600ppi급 중소형 FMM 시장을 뛰어넘어 하이엔드로 직행하려고 한 것도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AR, VR 붐이 꺼지면서 시장 및 투자환경도 악화됐다.

결국 전주도금(electroforming) 방식으로 FMM을 개발하던 오럼머티리얼은 최근 다시 에칭방식으로 선회해 양 방식을 접목한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방식의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서 고객사 테스트라인을 잡지 못한 게 원인으로 파악된다.

전주도금과 에칭방식은 매커니즘이 완전히 다르다. 전주도금은 전기로 인바를 용해한 후 이미 패터닝된 기판에 도금하는 방식이다. 에칭방식에 비해 FMM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증착 과정에서 열팽창계수(CTE)로 인한 기판 늘어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에칭방식은 DNP의 전통 방식으로 인바를 압연해 포토공정을 거쳐 커팅하고, 도금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검증된 방식이지만 ppi(화소)를 올리기에는 부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DNP는 600ppi 수준의 FMM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칭방식으로 1000ppi 이상의 초고화질용 섀도마스크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커졌다. 국책과제 선정 기준 중의 하나는 '재무 안정성'이다. 오럼머티리얼은 개발 착수 이후 매출을 거의 내지 못하면서 매년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일반에 공개된 가장 최근 재무지표는 2013년이다. 매출액은 8280만원, 영업손실은 16억2782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지난해 투입된 개발비 역시 무형자산화하지 못하고 전액 비용 처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제품 프로젝트가 보통 '기획-설계-검증'을 지나 파일럿 생산 단계로 진입하면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산입한다. 검증 단계에서 멈췄다는 의미다.

오럼머티리얼 관계자는 "(FMM 관련) 기술 개발이 진전되지 않아 밝힐 사항이 없다"며 "현재 매출이 없는 상황이며, 지난해 FMM을 포함해 30억원가량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지만 전액 비용 처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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