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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문화콘텐츠 '뚝심 투자 귀재' 노재승 이사영화·애니 25년 외길, '신과함께·브레드이발소' 성공 뒷받침

박동우 기자공개 2020-08-31 07:43:5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11: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교인베스트먼트는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로 이름을 알린 벤처캐피탈이다. 그동안 기반을 다진 주역은 노재승 이사(사진)다. 25년 외길 경력을 관통하는 그의 키워드는 '영화·애니메이션'이다.

지금까지 자금을 집행한 영화는 100편, 애니메이션은 30편을 넘겼다. 이들 프로젝트에 700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부산행', '신과함께', '완벽한 타인', '브레드이발소' 등 유명 작품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노 이사는 당대 대중의 기호를 읽어내는 데 능통하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약하는 이유를 '콘텐츠 발굴'에서 찾는다. 잠재력 뛰어난 창작자와 제작 프로젝트를 찾는 여정이 몹시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 성장스토리 : '삼성영상사업단' 진로 전환점, 심사역·기업임원 종횡무진

종합상사의 '영업맨'으로 전락할 뻔한 노 이사의 진로는 우연한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1996년 삼성물산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중 인사팀의 호출을 받았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출범을 앞뒀으니 합류해달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그룹의 핵심 역량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투입하겠다는 비전이 제일 매력이었다. 생전 알지 못하던 분야였기에 호기심이 싹텄다. 주저없이 삼성영상사업단으로 둥지를 옮겼다.

영화사업부에 배치돼 경영 관리, 콘텐츠 구매 등의 업무를 맡았다. 한국·홍콩·미국 영화의 비디오 유통권을 사들이는 데 힘을 기울였다. 시네마서비스 등 국내 제작사를 상대로 '패키지딜(일괄 교섭)'을 진행하면서 영화의 제작·유통·수익 창출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달콤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1999년 삼성영상사업단이 해체한 탓이다. 삼성물산 정보통신사업부로 복귀했지만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새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직장을 알아봤다. 한국종합기술금융(지금의 KTB네트워크)에서 미디어 관련 투자팀을 조직한다는 정보가 들렸다. 문화산업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했다.

지난 20년 동안 투자심사역과 영화·애니메이션 전문기업 임원을 넘나들며 폭넓게 커리어를 구축했다. 지금의 터전인 대교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시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석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산수벤처스에 몸담고 있던 노 이사를 러브콜했다.

이직하자마자 바로 약정총액 250억원의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투자조합'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다. 현재 '애니메이션 전문 투자조합'(결성총액 310억원), '콘텐츠 융합 전문 투자조합'(200억원) 등 굵직한 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지금은 대교인베스트먼트의 문화산업 투자를 주도하는 키맨으로 자리 잡았다.


◇ 투자철학 : 프로젝트 제작사 맨파워 중시, 비용 통제 시스템 점검

콘텐츠 섹터에서 노 이사가 중시하는 포인트는 '맨파워'다. 프로젝트 담당 인력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뒷받침돼야 소비자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 대표의 전문성도 검증한다. 작품의 기획·제작 방향을 최종 결정한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문화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갖췄는지 파악하는 데 공들인다.

투자·회수 사이클이 짧은 영화·드라마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투자할 때는 경영 비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는지 여부도 따진다.

노 이사는 "TV 시리즈를 염두에 둔 애니메이션은 영화·드라마와 비교할 때 제작부터 시장 진입까지 평균적으로 2년 이상 걸린다"며 "후속 시즌 작품 생산과 마케팅도 감안하면 프로젝트의 비용 절감과 장기간 사후관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 트랙레코드 1 : 패키지딜 대신 선별투자, 영화 '신과함께·완벽한 타인'

그동안 대교인베스트먼트는 패키지딜로 영화에 투자해왔다. 펀드의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하는 메인 배급사가 제시한 영화 라인업 전체에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화 '신과함께'와 '완벽한 타인'은 기존 방식과 달리 단일 작품을 선별 투자해 결실을 맺은 사례다. 노 이사는 두 작품 모두 기획의 독창성과 트렌드를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신과함께'는 원작 웹툰의 지명도가 높고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흥행 전망이 밝다고 확신했다.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었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각색한 시나리오가 돋보였다. 휴대전화의 통화·문자메시지 내용을 공유하는 내용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었다. 성인을 겨냥한 내용 탓에 관객 동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잠재 리스크를 감수했다.

이들 영화의 배급사는 롯데컬쳐웍스였다. 하우스에서 운용하는 조합의 출자자가 아니었다. 노 이사는 배급사 관계자와 접촉해 투자 의향을 알려 자금을 지원했다.

선구안은 통했다. 3년 전 10억원을 베팅한 '신과함께'는 내부수익률(IRR)이 67%로 집계됐다. 5억원을 투입한 '완벽한 타인'은 IRR 172%의 성과를 거뒀다.


◇ 트랙레코드 2 :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 IP사업 다각화 전략 구현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는 지식재산권(IP)을 발판 삼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전략이 녹아든 포트폴리오다. 2016년 딜(Deal)을 소싱할 당시만 해도 프로젝트 담당 업체인 몬스터스튜디오의 제작 기반은 빈약했다. 메인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동료 심사역들의 만류도 있었다.

5분 길이의 트레일러 영상을 접하면서 노 이사는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콤플렉스를 겪은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서사가 남녀노소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콘텐츠 코리아 조합을 통해 14억원을 지원했다.

노 이사는 대교어린이TV 편성을 도와주며 '브레드 이발소'의 판로 확장을 도왔다. 덕분에 KBS의 프로그램 방영도 확정짓는 성과를 일궈냈다. 현재 IP를 접목한 완구·모바일게임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그는 "'브레드이발소'는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애니메이션 투자 전략을 반영한 모범 사례"라며 "IP를 활용한 게임에 병행 투자한 데 이어 후속 시즌 작품을 감안해 장기적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업계 평가 : 부드러운 성품 '네트워킹' 강점, 한우물 판 경력 독보적

노 이사와 교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그를 '부드러운 성품을 갖춘 심사역'으로 평가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면모가 영상 프로젝트 제작진에게 신뢰를 준다.

1990년대 삼성영상사업단 재직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이정석 KC벤처스 상무는 노 이사를 '겸손하지만 위트가 넘치는 친구'로 소개한다. 이 상무는 "애니메이션 기획자들에게 그를 만나보라고 권유하면 십중팔구는 '이미 만난 적 있다'고 대답한다"며 "유순한 성격,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세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승휘 코나아이파트너스 대표는 10년 전 BMC인베스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면서 노 이사와 연을 맺었다. 뒷날 심사역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 노 이사의 조언을 받으며 베테랑 투자가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서 트랙레코드를 쌓는 노 이사의 역량이 돋보였다"며 "문화콘텐츠업계에서 한우물을 판 경력은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 향후 계획 : '투자처 다변화' 전략 수립, 신규 펀드레이징 준비

노 이사는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융합 전문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넉넉한 실탄을 활용해 영화·애니메이션 프로젝트와 관련 기업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극장가의 불황이 심해지는 상황은 고민거리다.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 △모바일게임 등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구상을 세웠다.

내년을 목표로 새 문화콘텐츠 펀드 결성도 준비한다. 트랙레코드를 발판 삼아 LP 모집에 나서는 계획을 짰다. 투자금 회수가 꾸준히 이뤄지는 점에서 펀드레이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친다. 최근 극장용 만화 '신비아파트 :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의 수익을 정산한 결과 IRR 135%의 성과를 올렸다.

노 이사는 "성장 가능성을 지닌 창작자와 잠재력 뛰어난 콘텐츠를 발견하는 과정은 여전히 매력 넘치는 여정"이라며 "문화콘텐츠가 내수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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