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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아모레의 태평양, '케토톱' 대신 '메디뷰티' 선택①2013년 한독에 제약사업 넘겨, 약가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도 한 몫

민경문 기자공개 2020-10-05 07: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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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K-뷰티 전령사인 아모레퍼시픽이지만 과거에는 제약사업도 갖고 있었다. 한때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으로 유명했던 태평양제약이다. 그룹 내에서는 ‘꿈 많은 막내 아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제약’을 뗀 이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메디컬 뷰티 사업이다. 태평양제약에서 사명을 바꾼 에스트라(AESTURA)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태평양제약은 1982년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로 출발했다. 의약품 외에도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성식품을 제조·생산했다. 지난 1988년에는 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고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으로서 1987년 ㈜태평양에 입사했다. 특히 1992년 태평양제약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태평양제약은 업계 최초로 탈모 방지 전문 기능성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2003년부터는 니페드솔(고혈압치료제), 글루딘(당뇨병치료제), 프조신(비뇨기계), 멜콕스(골관절염치료제) 및 개량 신약 연구를 수행했다. 앞서 2001년에는 메디톡스와 메디톡신(보툴리늄톡신A)의 제품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독점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2년까지 연구개발비로 투입한 자금은 매년 70억원 정도였다.
태평양제약이 1994년 출시한 관절염치료제 케토톱

태평양제약의 랜드마크 제품으로는 단연 '케토톱'이 꼽힌다. 시장 관계자는 “태평양제약은 진통제, 육모, 희귀질환 치료제 외에 약물전달플랫폼(DDS) 등의 R&D에도 주력했다”며 “DDS의 대표적 제품 중 하나가 ‘케토톱’이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의약품연구소는 화장품 연구에서 50여년간 쌓아온 피부 생리, 흡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994년 케토톱을 출시했다. 개발에 착수한 지 5년 만이었다.

케토톱이 발매되기 전엔 주로 '먹는 약'이 관절염 치료에 사용됐는데 소화불량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출시 1년 만에 100억원어치가 팔린 케토톱은 20년 넘게 관련 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판매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한독에 제약사업이 팔린 이후에도 케토톱은 지난해 4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태평양제약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다음 수순은 상장폐지였다. 경영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제약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2012년 당시 그룹에서 태평양제약의 매출 비중은 4.6%, 영업이익 비중은 3.1%에 그쳤다. 사업별로는 제약 부문이 64%, 건강식품이 36%를 차지하던 상황이었다. 회사 수뇌부는 제약사업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 건강식품(뷰티푸드), 중장기 관점에서 코스메슈티컬(메디컬뷰티) 중심의 성장 동력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2013년 12월 태평양제약의 제약 사업부문을 한독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규모는 580억원 정도였다. 회사 측은 제약사업 매각 후 '메디컬뷰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2012년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인하 규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점이 의사결정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에 근무했던 벤처캐피탈 고위 임원은 “피부와 관련 있는 사업만 하겠다는 오너의 뜻이 확고했다”며 “특히 제조업 기반의 화장품과 달리 투자가 많이 들어가야 하는 제약업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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