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조종사 노조 회생 추진에 도산 우려감 증폭경영난 심화 전망…전체 직원 대표성 결여 지적도
최익환 기자공개 2020-10-05 06:30:3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의 재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종사노조의 회생절차 추진에 시장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인수자를 미리 선정하는 등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면 자칫 파산선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체 근로자에 대한 대표성 역시 결여된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는 모습에 대한 비판도 있다.29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조종사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조종사노조)는 10월 중으로 서울회생법원에 이스타항공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법무법인을 선임해 회생절차 신청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종사노조는 연일 회사측에 날선 비판을 이어가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34조에 따라 채무자가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인 경우, ‘자본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는 누구나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썬코어와 한국일보 등의 회사가 노동자들에 의한 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데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이스타항공의 조종사들 역시 회사에 대해 임금채권을 가진 공익채권자들이라는 점에서 신청 자체는 법적인 효력을 가질 전망이다. 조종사노조는 향후 임금채권에 대한 보전을 법원에서 보장받는 동시에, 회사가 회생절차를 끝내더라도 이를 모두 현금변제 받기 위해 회생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무자회생법 상으로 임금과 조세 등 공익채권은 담보부채권과 상거래채권에 비해 우선순위를 가진다.
그러나 조종사노조의 회생절차 진입시도에 대해 회사와 구조조정 업계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스타항공에는 조종사들과 일반직 직원들의 임금을 줄만한 현금성자산이 마련되어있지 않다.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부채의 변제자금 마련을 위해 새 인수자로부터 자금수혈을 받고 신규차입을 추진하는 구조로 재매각을 시도해왔다.
만일 이스타항공의 조종사노조가 회생절차 신청을 강행할 경우 인수자를 찾기 전까지 DIP금융 등을 차입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려던 회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 진입 시 채무자 회사는 신규 자금차입을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하지만, 이미 부채가 과중한 이스타항공의 신규 차입을 법원이 허가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운항 재개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섣부른 회생절차 신청이 도리어 파산선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회생기업에 현금이 유입되기 위해선 법원의 허가를 얻어 신규차입하거나 인수자들의 자금이 신주발행을 통한 M&A 형식으로 투자되어야한다”며 “회사에 당장 임금채권을 변제할만한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회생절차로 신규차입이 묶이면 사실상 이스타항공은 파산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조종사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둘로 나뉘어있다. 조종사노조와는 별개로 일반직원들이 주축이 된 근로자대표단이 구성돼 있다. 조종사들의 수가 일반직원들에 비해 적은 상황에서 조종사노조가 대표성을 가지고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조종사노조가 주도하는 회생절차가 진행될 경우엔 관리인 선임 등에서도 노조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구조조정 업계의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조종사노조의 의중이 반영된 관리인이 회사 경영에 나설 경우 비노조원인 일반직원들에게만 고통이 분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지금까지 수백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지만, 조종사들의 경우는 퇴사자가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서 제주항공과의 M&A 논의 당시에도 조종사노조의 구조조정 반대가 거래무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된다”며 “결국 회생절차에 진입하려는 것 자체가 조종사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행위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