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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절대 갑’ 판매사, 독립된 '외부 전문가' 필요하다⑪막강한 상품 권한, 고수익 매몰 ‘부메랑’…상품 출시 '공정성·투명성' 강화 수단

김시목 기자공개 2020-11-13 12:49:05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고속 성장 과정에 헤게머니를 장악한 핵심 참여자를 꼽으라면 은행, 증권 등 판매사다. 막강한 판매 권한과 급격히 불어난 사모운용사 경쟁을 활용해 수년 동안 고마진을 올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고수익 중심 비즈니스는 허술한 조직 중심 시스템과 제한된 상품 전문성을 붕괴시키면서 결국 화를 불렀다.

업계에서는 절대 권한을 지닌 판매사의 상품 전문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계 WM 판매사가 운용업 등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조직 내부 중심의 리스크 관리 한계, 고위층을 통한 '낙하산 펀드' 등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카드로 거론된다.

◇ 판매사 권한 '비대', 상품 출시 곳곳 '누수'

지난 5년간 사모펀드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판매사와 운용사는 역학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판매사 수(수요)는 큰 변화가 없는 사이 사모운용사(공급)는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공급이 무한정 늘어나면서 판매사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 가파르게 형성됐다. 불과 펀드 사고가 터지기 전 극에 달했던 현상이다.

물론 판매사도 사모펀드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나름의 내부 시스템과 조직 정비를 꾸준히 해왔다. 통상 증권사의 경우 WM 상품팀에 운용사의 상품 제안이 들어가면 내부 심사 및 리스크 조직 등을 거쳐 심의위원회를 거친다. 은행의 경우엔 실무진 안에서도 리스크, 상품, 기획 등 협의체를 구성해 사전 검열을 강화하는 등 프로세스가 더 촘촘한 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 프로세스일 뿐이다. 여기에 철저히 내부 인력 중심으로 꾸려진다. 실무진 협의 단계에서 펀드를 제안한 운용사와 코웍을 하기도 하지만 두 곳 모두 펀드 관련 이해당사자들일 뿐이다. 상품 검증 측면에서 제약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복잡한 상품구조, 높은 수익 보장 등은 선뜻 상품 출시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수요자 중심의 시장은 판매사의 힘을 무한정 키웠다. 판매사 내부 상품 검증 시스템은 폐쇄적인 구조 속에 왜곡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소위 ‘나오지 말아야 할 상품’들도 쏟아졌다. 일부는 본사 상품심사 라인을 거치지도 않고 대형 WM센터를 통해서 팔려나갔다. 라임자산운용에서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은 단적인 사례다.

시장 관계자는 “결국엔 시장 확장속에 운용사가 경쟁 유도를 통해 판매사가 손쉽게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된 점이 시작점”이라며 “의사결정엔 판매사 의지가 가장 커지면서 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상품 심사 시스템은 허술해졌고 곳곳에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터져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부 리스크 통제 '한계', 외부 전문가 '필요'

결국 고리를 끊어내는 건 펀드 출시 전의 전문성과 공정성 담보다. 그동안 판매사 중심의 선별 과정이 시장의 납득을 받지 못했던 만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진과 고객 반응 등도 고려 대상일 수는 있지만 차선의 기준 중 하나로 봐야 펀드 사고 등으로부터 일정 부분 안전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 라인들은 각종 사기사고와 환매중단이 겹치면서 내부 검증 및 심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화 측면보다 몸을 잔뜩 움츠리는 방식이다. 특히 은행은 사모펀드 상품을 원천차단한다. 증권사 역시 WM센터 등으로 다변화된 소싱 창구로 본사 중심 리스크 관리로 일원화하는 추세지만 사실상 방어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판매사의 반감이 수반될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펀드 출시에 있어서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외부 기관이나 인물을 통한 공정성, 투명성 강화 장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 판매사와 달리 JP모간,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WM 판매사들은 운용업 경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 비상근감사 등의 방식으로 사각지대로 커버한다.

가령 독립된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심의위원회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선택지다. 내부 관계자만으로는 이해관계가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만큼 보다 적극적인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구조로 상품위원회를 꾸리는 일이다.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면 모든 펀드가 아닌 구조가 복잡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상품에 한해서 비상시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물론 안전장치를 최대한 강화한다고 해도 펀드에서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하지만 단순한 손실과 고의적 사기 등과는 구분해서 후자가 발생할 여지를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판매사의 막강한 권한이 시장 위기를 불러온 한 축이었던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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