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판매사의 운용사 솎아내기, 덩치로 '줄세우기' 그치나⑫'단순·획일적' 기준 상위 20~30곳 선별, 정상화 아닌 '질적 후퇴' 지적..운용사 '승강제' 대안

김시목 기자공개 2020-11-16 12:47:46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사기, 환매 중단 여파로 무더기 손실을 입은 판매사들이 줄줄이 운용사 솎아내기에 나서고 있다. 자본금, 수탁고, 수익률 등 외형적 수치만을 토대로 한 계량화로 운용사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현 기류라면 전체의 10~20% 수준만 생존할 것이란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일부 판매사는 업력과 덩치를 갖춘 극소수에게만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최상위만 살리는 '네거티브'보다 최하위 운용사를 걸러내는 '포지티브' 방식이 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제기된다. 최상위에게만 문턱을 내린 전략은 사실상 판매사 편의와 안위를 위한 쉬운 선택에 가깝기 때문이다. 작지만 잠재력있는 운용사, 생소하지만 기발한 상품 등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 계량화로 줄 세우기, 최상위 운용사만 생존..시장 개선 역행

은행, 증권 등 리테일 창구를 가진 판매사들은 사모펀드 운용사 풀(Pool)을 최소화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본력, 실적 등에서 취약하면 바로 배제하는 흐름이다. 은행은 신탁 및 펀드 사고 후 보수적 성향이 더욱 강화됐다. 그나마 증권사들은 리스크 통제를 통해 소극적이나마 판매에 나선다.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통해 하한선을 두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운용사 수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 증권사의 경우 운용사 수를 기존 대비 80% 가량 축소를 추진하기도 했다. 기존 관리 운용사가 250여개라면 50여개로 확 줄인 셈이다. 펀드를 골라 파는 증권사나 문을 닫아버린 은행 등 판매사 전반에 걸쳐 최우량 파트너만 골라내는 흐름이다. 10~20%만이 판매 창구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운용사 평가를 단순, 획일적 방식으로 계량화해 줄을 세우는 점도 한계가 명확하다. 신생사는 태생적으로 업력이 짧고 펀더멘털, 수탁고 등에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이를 배제하고 입지를 다지고 검증된 운용사들로 파트너를 구성한다. 사실상 운용사 철학, 주력 상품 특성, 잠재적 역량과 경쟁력 등은 일단 배제될 수 밖에 없다.

현 기류라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한 정체기 혹은 극단적으로 후행하는 시간을 갈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은 리스크가 있는 요인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기조 탓에 큰 충격파는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운용사 진입, 획기적인 사모펀드 상품 출시 등의 길이 막히게 되면 질적 성장과 발전은 요원한 채 2~3년 뒤 후유증만 나타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은행 등의 경우엔 아예 벽을 친 곳들도 많고 그나마 나오던 증권사들 역시 역량을 갖춘 상위 운용사들 중심으로만 상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있고 업력이 있으니 그만큼 안정성 측면을 강조한 조치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모펀드 시장에 잠재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의 등장을 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하위 운용사 선별로 접근, 일종의 승강제 대안

일부에서는 판매사들의 전략과 행보가 사모펀드 시장을 옥죄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펀드 시장을 재생시키기보다 일단 리스크란 명목 하에 새로운 물줄기를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본인들이 세웠던 가입금액 하향 등을 비롯 대거 내린 문턱을 다시 대폭 올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판매사도 펀드 사고로 무더기 손실, 사회적 질타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스탠스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판매사에 감시감독 등 기능을 부여하면서 물리적 한계도 따른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없이 최상위 운용사만을 대상으로 사모펀드 영업을 재개하는 점은 결국 판매사가 안전하고 쉬운 길만을 찾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는 상위 소수 업체가 아닌 역량이 떨어지는 하위 운용사들을 선별해 풀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악성 수준의 운용사와 의심이 가는 곳들을 배제한 뒤 다른 운용사에겐 문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용사 선정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되 상황에 맞게 풀을 조정하면 된다.

그나마 최근 일부는 하위군을 선별해 파트너 운용을 꾸려가는 곳도 나오고 있다. 20~30곳을 악성 혹은 잠재적 위험 소지가 있는 운용사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수시 평가를 통해 일종의 승강제 방식으로 운용사 풀을 유연하게 조절하면 된다. 일정 부분 물리적 한계도 있지만 핵심 참여자로서 시장 발전을 위한 책임감도 따라야 한다는 평가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운동으로 따지면 일종의 승강제 방식으로 악성 운용사 등을 거르는 방식이 사모펀드 시장 전체를 위한 것”이라며 “무조건 검증된 상위 운용사로만 꾸리겠다는 것은 혼자만 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 경우엔 사모펀드 '톱티어' 플레이어였지만 대형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