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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출신'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의 '반전' [thebell note]

이은솔 기자공개 2020-11-27 07:41:02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관(官)출신'이라는 키워드가 핫하다. 은행연합회장과 생손보험협회장 임기가 줄줄이 돌아오자 다들 업계의 이해를 전달해줄 힘 있는 회장을 뽑고 싶어했다. 관 출신의 강점은 권위다. 금융업계의 비공식 '갑'인 당국에게 더 큰 권위를 부릴 수 있는 관 선배님들이 각광받았던 이유다.

반면 이런 관출신의 권위를 오히려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있다.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의 이야기다. 기재부와 금융위를 거친 성 사장은 2019년초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설로 신한생명 내외가 술렁이던 때 선임됐다. 내부에서는 외부 출신에 관료다 보니 영업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겠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성 사장은 취임식 다음날 곧장 짐을 싸 부산으로 향했다. "가장 먼 영업점부터 가보자"는 게 그의 주문이었다. 직원 한 명만을 대동하고 대구, 충청, 광주, 강원 등 전국의 지점장들을 모두 만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직원들은 "새벽같이 이동해 낮에는 설계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밤에는 지점장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강행군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성 사장의 격의없는 면모는 최근 만들어진 사내 벤처 '하우핏' 팀의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신한생명이 최근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디지털이다. 젊은 직원들이 낸 온라인 홈트레이닝이라는 아이디어는 사내 벤처로까지 확장됐는데, 정식 부서가 아니다보니 마땅히 둥지를 틀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성 사장은 쿨하게 사장실 옆 회의실을 통채로 내줬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사내벤처가 다른 부서 터치 없이 자율성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해준 셈이다. 동시에 디지털에 관해서는 본인보다 전문가일수밖에 없는 밀레니얼 세대를 옆에 두고 그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성 사장은 오히려 관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권위주의를 탈피하려 했던 것 같다"며 "비록 내가 관료였던 건 맞지만 신한생명에 온 이상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연말 통합 생보사 인사를 앞두고 '우리 사장님이 됐으면'하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성 사장에 대한 신한생명 직원들의 '리스펙'은 남다르다. 사석에서 만나면 부서를 막론하고 다들 사장의 비전과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를 입이 마르게 늘어놓는다.

십수 년을 동고동락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찐' 충성이 가능한건지 늘 궁금했는데 최근에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서야 의문이 좀 풀렸다. 성 사장이 신한생명에 부임한 건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도 그는 직원들의 민심만큼은 든든하게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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