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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시장 '패스트트랙' 도입후 M&A 전망은 제도 실효성 '갸우뚱'…경쟁제한성 시정명령 불가피

노아름 기자공개 2021-02-09 10:21:31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당초 업계 관측과는 달리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 손바뀜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관계부처의 심사기준 명확화·효율화 시도가 예고돼 유료방송 시장재편 움직임에 영향을 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심사를 진행 중이다. 과기부는 인가·공익성 및 변경승인 심사에 대해 사회 각 분야에서 의견수렴을 지난달 26일 마친 뒤 후속 심사절차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MSO에 대한 M&A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부처를 각각 거쳐야 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관계부처는 협의체를 구성해 자료를 공유하거나 심사일정을 앞당기려는 시도를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다. 방통위의 경우에는 유료방송사업 재허가 등 사전동의 기본계획을 변경을 지난해 연말 의결했다.

방통위는 SO와 IPTV 간 합병·분할이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약식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서면의결 등을 통해 M&A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다만 기준이 존재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제한성 시정명령이 없어야 하고, 과기부 심사결과 만점의 80%(‘우수’ 수준)에 해당해야한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제도가 생긴 것이라 효율성을 추구하려 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유료방송 M&A 경험이 있는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부처 허가에 실질적으로 1년 이상씩 소요되는 현재 일정보다는 단축될 가능성이 다소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매자가 IPTV 운영사로 사실상 특정된 상황에서 경쟁제한성 시정명령을 빗겨가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조건 충족조차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시장집중도를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인 HHI 지수(허핀달-허쉬만지수)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의 MSO 인수는 ‘매우 집중된 시장’에 해당해 안전지대를 넘어가기 때문에 조건부인수 승인 등 시정조치 부과 가능성이 높다.

유관부처가 명확하고 효율적인 심사진행을 위한 고삐를 쥐었지만 유명무실한 시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인허가 절차 개선을 위한 조치에 잠재적 원매자나 유료방송 M&A 자문업계의 체감 반응은 미온적이다. 예컨대 현대HCN 인수 심사대기중인 KT의 경우 시장점유율 이슈로 딜라이브나 CMB 등 여타 매물에 대해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율화 시도들이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반면 패스트트랙 등의 시도가 MSO의 M&A 보다는 중소 SO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사 각각 체질개선 시도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형매물에 대한 재편은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진입했다. 이외에 9개 개별 SO 중에서는 광역시·수도권 기반 사업권역을 갖춰 규모나 수익성에서 합격점을 받은 남인천방송·아름방송·JCN울산중앙방송 등의 매물화 가능성이 언급돼왔던 바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디지털전환(DT)이나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두는 가운데 자회사 매각이나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에 대한 시그널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매도-인수자 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제도 실효성이 개별 SO의 M&A 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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