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이사회 '전폭 지지' 미래에셋, 주주제안 모두 반대했다③한진칼·한솔홀딩스 주총 20개 주주제안 안건 제동, 경영진 신뢰 '확고한 스탠스'
이효범 기자공개 2021-03-23 13:14:38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독 주주제안 안건에 인색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와 주주가 격돌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모두 이사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경영진에 확고한 신뢰를 보냈다.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구심이나 추천된 등기이사 후보자들의 전문성 부족 등을 사유로 모두 반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2019년 4월초~2020년 3월말) 의결권을 행사한 투자기업 주총 중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주총은 한진칼, 한솔홀딩스 등 2곳이다. 각 기업당 안건 수는 17건, 3건 등으로 총 20개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그레이스홀딩스, 조현아, 대호개발 등 주주연합이 주주제안을 실시했다. 이 중 등기임원을 선임하는 안건이 7개였다. 나머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10개 상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율은 0.4%다.
당시 KCGI를 중심으로 한 주주연합과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 싸움이 격렬했던 시기다. 주주연합 측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등기임원 선임 안건을 주주총회에 대거 상정했다. 또 이사회 등의 운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확고한 스탠스를 보이면서 이사회 편에서 섰다.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등기임원 선임 건에 대해서는 주주연합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후보에 오른 인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 등을 사유로 들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대신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자들에 대해 찬성했다.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대표를 던진 것 뿐만 아니라 찬반 사유를 통해 기존 이사회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주제안 반대 사유로 '이사회는 외부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또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는 특수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경영권을 교체하는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표명했다.
주주연합 측이 제안한 안건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부결됐지만, 사실 주요 주주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이었다.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은 주주연합이 제안한 후보자 일부에 대해 찬성표를 냈다. 또 이사회 정관변경과 관련한 안건도 기존 이사회 제안 안건에 반대, 주주제안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는 사뭇 다른 결정을 내렸던 셈이다.
한솔홀딩스 주총에서도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등 2건과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 주주제안으로 제시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동일인물이었다. 한솔홀딩스는 감사위원회를 구축해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들을 선임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당시 이사회가 제시한 후보가 더욱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솔홀딩스 이사회는 또 이사 보수한도를 40억원으로, 주주 측은 10억원의 한도 설정을 각각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당 안건에서도 이사회 손을 들어줬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총 8명임을 고려할 때 주주제안 10억원 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주주총회 시즌(2018년 4월초~2019년 3월말)에서도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표로 일관했다. 한솔홀딩스는 2019년 3월에도 소액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유상감자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등을 주주제안으로 주총에 상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당시에도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2개 안건은 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같은 해 3월 실시한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이 주주로서 제안한 배당안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1주당 3000원, 엘리엇은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안을 각각 상정했다. 엘리엇의 배당안이 무려 7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엘리엇은 이외에도 이사회 내에 보수위원회를 신설하고 현재 운영 중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정관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사외이사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주제안 안건이 회사 전체 이익을 대변하거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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