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비판 커졌지만…온화한 리더십·문화 개선 '긍정평가'⑥최근 기류 정반대 평가도 존재, 보여주기式·상명하복 조직 '타파' 성과
김민영 기자공개 2021-03-22 07:46:51
[편집자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 막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대립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역대 최초'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그가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진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더벨은 금감원 안팎의 갈등 양상을 짚어보고 윤석헌 체제 3년 동안의 '공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평가는 금융권 관계자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극렬하게 갈린다. 윤 원장과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 등 일부 직원들은 "교수 출신도 관료와 다를 바 없이 자기 정치만 했다"고 깎아내렸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금융회사들을 옥죈 독단적인 원장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이와 달리 금감원 내부엔 윤 원장을 온화한 리더십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에 앞장선 리더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임기 내내 자기 PR을 위한 ‘쇼잉’(남에게 보여 주려는 일)을 일체하지 않았다는 점도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선 긍정적으로 얘기되는 부분이다. 또 직원들에게 업무 전권을 주고 책임은 자기가 지는 모습에 믿고 따르는 직원들도 다수 있다는 후문이다.
우선 윤 원장의 최대 공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대면 보고 문화를 확 바꿔 놓았다는 점이 꼽힌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직장 상사에게 하는 보고가 가장 긴장되고 떨리는 일 중 하나인데 윤 원장은 보고를 받으면서 임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직원들이 업무 보고를 위해 원장실로 들어가면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맞이 했고, 보고를 받는 중에도 존댓말을 사용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면서 친근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취임 직후 “일요일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임직원들을 위한 윤 원장의 배려였다. 윤 원장 취임 전까지만 해도 금감원 직원들에겐 일요일 출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임원회의를 준비하고 다음 주 주요 업무와 일정을 미리 챙겼다. 원장이 출근하니 임원부터 주요 부서의 국·실장, 팀장급 직원과 일부 실무진도 일요일에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 나오는 게 상식이었던 셈이다.
전임자인 최흥식 원장 때 임원회의가 화요일로 옮겨진 것과 맞물려 일요일 출근 문화가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전까지 금감원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임원회의를 개최했으나 현재는 매주 화요일 오전 9시 회의를 열고 있다.
임기 내내 보여주기식 업무 처리를 지양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앞선 몇몇 원장들 경우 ‘몇 대 과제’ 하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금융개혁의 선봉에 서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나 윤 원장은 ‘기본 업무’에 충실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보여주기식 업무를 하게 되면 보도자료만 많이 양산하게 되고 불필요한 브리핑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걸 취임 초부터 지적했다고 한다. 부서 간 경쟁을 줄이고, 부서에서 꼭 해야 하는 업무를 통해 성과를 내자는 주의였다는 것이다.
또 윤 원장은 금감원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자기 방식대로 바꾸려고도 하지 않았다. 관료 출신 원장이 오면 으레 회의방식, 보고체계, 하다못해 보고서 양식 하나까지 바꾸는 게 일이었는데 윤 원장은 ‘원래 하던대로’ 일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교수 출신답게 윤 원장은 ‘상명하복’ 문화 척결에도 앞장섰다. 행시 출신 원장은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부원장보, 국장, 팀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에 익숙했지만 윤 원장은 보고를 받을 때나 업무를 할 때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실무진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토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윤 원장은 직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업무에 전권을 줬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자신만의 소신과 원칙을 살짝 얹어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키코(KIKO) 재조사 관련해서도 윤 원장이 소신과 원칙에 따라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일을 진행하라고 했다”며 “그런 원장을 보면서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은 직원들을 업무로만 평가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윤 원장은 자기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며 “직원들을 편 가르지 않고 공평하게 대해 따르는 사람은 있어도 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포용의 리더십으로 많은 직원들을 아울렀다는 얘기다. 다만 이런 점이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공통적으로 '아쉽다'고 지적받는 부분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행시 출신 원장의 경우 선후배 관계인 금융위원장과 업무상 애로사항을 두고 담판을 통해 신속한 해결이 가능했는데 윤 원장은 최종구·은성수 위원장과 좋은 관계로 지내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엔 전화나 만나서 대화로 해결할 문제를 지금은 문서로 만들어 결재 라인 타고 올라가 금융위에 공식 요청해야 하는 등 절차상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려 업무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금융위와의 갈등을 윤 원장만이 초래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원장에게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숙제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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