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임기말 군불 뗀 독립론, 의구심만 키웠다⑤초창기 해결 못한 의제 갑작스레 꺼내, 연임 의도 등 해석 분분
김민영 기자/ 고설봉 기자공개 2021-03-19 13:00:51
[편집자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 막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대립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역대 최초'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그가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진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더벨은 금감원 안팎의 갈등 양상을 짚어보고 윤석헌 체제 3년 동안의 '공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18년 5월 8일 취임 일성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학자 시절부터 부르짖었던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취임 첫날 꺼내든 것이다.윤 원장은 교수 시절 이원화된 감독체계로 인해 금융감독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금융 육성정책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 감독정책 기능은 금감원으로 넘기는 ‘금융위원회 해체론’을 펴기도 했다.
대다수 직원이 금감원 독립을 주장한 윤 원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윤 원장의 독립론 주장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금감원 독립에 대한 얘기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윤 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장과 국회의원들 앞에서 금감원 독립론을 다시 주장했다. 당시 금감원 직원들은 윤 원장의 소신 발언에 열광했다는 후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윤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감원 독립을 외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을 남긴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하다”며 "당시는 3급 이상 직원 감축과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조직 내에서 독립 요구가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발언 이후 윤 원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금감원 독립론을 폈다. 지난해 12월 연 기자간담회에서 윤 원장은 금감원 독립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윤 원장은 “감독체계 독립 없는 예산 독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윤 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견제와 균형,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금융산업 육성과 규제완화에 무게가 실리는 ‘가속페달’과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지향하는 ‘브레이크’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정책의 추진자 역할을 하고, 금융감독의 감시자와 규제자 역할은 금감원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윤 원장이 그리는 금감원 독립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윤 원장의 금감원 독립론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나온다. 실제 윤 원장은 구체적인 대안 없이 임기 초기와 똑같은 형태의 원론적인 독립론만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진행에 긴 시간이 필요한 의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이 의아함을 키웠다.
현실적으로 금감원 독립론은 군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평이다. 윤 원장의 임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1년여밖에 남지 않아서다.
다른 금감원 직원은 “자신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금감원 독립을 정치 구호로 사용했다고 생각한다”며 “임기가 많이 남아 있을 때 주장했으면 모를까 지금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금감원 독립론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금융위와의 갈등 국면으로 몰아간 탓에 예산이나 직원 성과급 등을 제대로 따오지 못해 실리를 잃었다는 의견도 있다. 금감원 독립론에 매몰돼 오히려 조직에서 필요한 각종 예산 및 인력 문제에서 금융위와의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윤 원장은 특히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앙숙 관계였던 것으로 금융권에 잘 알려져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체제에 들어서는 개선된 모양새를 보였지만 여전히 관계가 완만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금감원과 금융위 직원들 간에 반목이 커져 불가피한 정책 공조 외엔 교류가 뜸한 상황이다.
이는 예산 확보의 문제로 이어졌다. 윤 원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말 금융위가 편성한 2019년 금감원 예산은 3556억원으로 전년 보다 2%가 삭감됐었다. 지난해 예산은 3630억원, 올해는 3659억원을 배정 받았다. 아울러 올해 금융위에 4100억원의 예산안을 올렸지만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예산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과 윤 원장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건 금융권에 널리 퍼진 사실”이라며 “은 위원장이 취임하고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위 해체와 독립론을 주장하는 윤 원장을 금융위 관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최근 최측근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막바지에 노사관계, 금융위와의 관계, 부정적인 국민 여론과 인식 등 풀지 못한 숙제가 산적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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