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국산 배터리 악재 '남의 일'…IPO 전 최대투자 습식 분리막 펀더멘털 '견고'…세계 1위, 수요 5년래 5배 폭증
이경주 기자공개 2021-03-30 08:34:4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조단위 증설투자를 결정했다.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소재기업 특유의 희소성을 시장에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전방시장인 국내 배터리업계는 최근 단장기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잇딴 화재사건(단기 악재)에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중장기)까지 겹친 탓이다.
SKIET 상황은 다르다. 단장기 모두 밝다고 평가 받는다. 프리미엄제품으로 평가받는 습식 분리막이 주력이다. 과점시장인데 세계 1위 지위(티어1 고객사 기준)라는 특징이 있다. 누가 배터리를 만들건 SKIET 분리막을 원한다.
◇폴란드 사상 최대 증설…분리막 희소성 시장 각인
SKIET는 이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1조1300억원을 들여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3, 4번째 분리막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의했다. 설립 이후 단일 투자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폴란드 3, 4 공장 생산능력은 각각 4.3억m2 규모다. 두 공장 모두 올 3분기 착공예정이며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폴란드 1공장(3.4억m2)과 2공장(3.4억m2)과 합산해 폴란드에서만 연간 총 15.4억m2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국내(5.2억m2)와 중국(6.8억m2)공장까지 합치면 2024년까지 총 27.4억m2 규모 캐파를 확보하게 된다.
일부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기도 전에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폴란드 1공장은 올해 3분기, 중국 2공장은 올해 1분기 가동 예정이다. 그 만큼 분리막 시장수요가 풍성하다는 반증이다. 이 신공장들은 가동전임에도 생산능력의 최대치로 연간 주문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1석2조 효과를 노린 결정으로 본다. 진행 중인 거래소 IPO 상장예비심사와 후속 절차인 공모에서 투심을 잡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축된 전방시장(국내 배터리업체)과 분위기가 정반대라는 것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이달 1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대다수 주가하락을 겪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부터 통합 셀(Unified Cells) 자체 양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80%를 주력 차종에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배터리 2위 LG에너지솔루션(LGES)은 전기차 코나 배터리 화재사건으로 대규모 리콜비용까지 분담하는 단기 악재가 겹쳤다. 이에 LGES 모회사 LG화학은 올초 10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79만원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습식 분리막 시장 5년래 5배 폭증…시장 70% 차지
SKIET 분리막 수요는 시장 특성에 기인한다. 프리미엄 제품이자 SKIET 주력인 습식 분리막 시장이 전기차용만 5년 후 5배로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전체 전기차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가장 중요한 안정성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로 불린다. 배터리는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리튬이온이 반대로 이동하면 충전이 된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있는 박막으로 화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내부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게 되면, 분리막 표면에 위치한 기공들이 막혀 리튬이온 이동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분리막은 다시 습식과 건식으로 나뉘는데 습식이 프리미엄 소재다. 습식은 필름에 첨가제를 추가해 화학적으로 기공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기공 크기가 균일하면서 △박막화에 유리(5~25μm)하고 △기계적 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효율(박막)과 안정성(강도)이 건식 대비 모두 뛰어나다. 다만 기술적 진입장벽과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건식은 필름을 기계적 힘으로 당겨 기공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얇게 만들려면 기공이 불균등하게 형성돼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제조가 쉬워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전기차 분리막은 특히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습식이 시장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SNE리서치가 올 3월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및 분리막 시장 전망’에 따르면 전기차용(xEV) 분리막 수요는 2020년 29억3400만m2에서 2025년 132억1800만m2로 4.5배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습식 수요가 19억3400만m2에서 98억5900m2로 5.1배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에 기인한다. 2025년 전체 시장의 74.6%를 습식이 차지한다. 반면 건식은 같은 기간 10억m2에서 33억5900만m2로 3.4배 늘어나는데 그친다. 2025년 건식 비중은 34.1%다.
◇SKIET 티어1 내 습식 1위…2023년부터 공급부족
SKIET는 이 같은 습식 시장 내에서 최상위권이다. 글로벌 티어1급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만 따지면 1위다. 글로벌 티어1 전기차업체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이다.
이들은 현재 LGES와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스웨덴 노스볼트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다시 이들 상위 배터리업체들에게 습식 분리막을 공급하는 곳이 제한적이다. SKIET와 일본 아사이카세이(AsahiKASEI)와 토레이(Toray), 중국 상해은첩(Semcorp) 등 4개사 정도로 알려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4개사 가운데 지난해 실가동률 기준 습식 생산량은 상해은첩이 13억2200만m2로 가장 많다. 이어 SKIET가 4억9100만m2, 아사이카세이 4억4000m2, 토레이 4억3800m2 순이다. 다만 상해은첩은 티어1보다 티어2용 습식 생산량이 월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어1용 시장 1위를 SKIET로 보는 이유다.
특히 SNE리서치는 티어1이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티어1 시장 점유율은 54%지만 2025년엔 8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티어1용 습식 분리막 공급사들도 전체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이 같은 기간 63%에서 7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SKIET가 사상 최대 증설에 나선 배경이다. 2023년부턴 가격 주도권도 쥐게 될 수 있다. 분리막 시장 전체적(IT·ESS·전기차)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진다. SNE리서치는 2022년엔 전체 분리막 공급규모가 약 87억m2로 수요인 81억m2로보다 소폭 많을 것으로 봤다. 반면 2023년엔 공급이 98억m2로 수요 105억m2보다 낮아지기 시작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배터리업체 펀더멘털 훼손으로 관련 종목에 대한 투심이 악화됐지만 소재인 습식 분리막은 정반대”라며 “공급사 우위 시장이라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한다해도 SKIET 펀더멘털은 굳건하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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