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갈등]어피너티컨소·딜로이트, '국민참여재판' 받을까재판부, 지난달 신청 의사 질의…어피너티컨소 측 "답변 어렵다"
이은솔 기자공개 2021-04-12 07:57:4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의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대상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판단해 피고인 측에 신청 의사를 질의한 상황이다.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어피너티컨소시엄 측 임원 2명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를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공소장 부본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와 주의사항이 기재된 안내서를 피고인과 변호인에 송달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인 배심원이 1심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다.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에 배당된 형사 사건 중 법정형이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대상이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재판을 받고자 하는 피고인의 권리를 위한 것으로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된다. 피고인은 공소장을 배부받은 후 일주일 이내 신청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만약 답변을 하지 않아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금융업계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이유는 형사사건이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 일부 참작할 사유가 있어 감형이 기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안은 공인회계사법 위반과 공정가치 산정 문제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에서 별다른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일반 형사사건보다 재판이 빠르게 마무리된다는 점도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 측에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국민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매일 재판을 진행해 5일 사이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된다. 일반 형사사건 재판이 길게는 몇 달씩 소요되는 것과는 상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소된 이들은 사모펀드 임원과 회계사로 외부에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결 역시 최대한 신중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것을 원할텐데 굳이 빠른 결론이 나오는 국민참여재판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당초 해당 사건이 단독부에 배당됐다가 피고인의 요청에 의해 합의부로 이동됐다는 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독부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측은 보다 신중한 판결을 위해 판사 1인이 진행하는 단독부가 아닌 3인이 진행하는 합의부에서 재판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형사합의22부로 사건을 재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사건이 형량을 다투는 재판이 아니라 유무죄 판결 여부가 갈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국민참여재판 신청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부당한 공모를 통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해 유죄라고 보고 있는 반면, 피고인들은 일반적인 가치평가 업무와 관행으로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형량은 재판부가 선고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피고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판준비기일이 확정되며 이달부터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29일 열리는 공판준비기일은 소송관계인의 입장을 듣고 재판 일정을 조율하는 재판으로 피고인들이 직접 참석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피고인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을 경우 공판준비기일에서 일정이 확정된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재판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과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부터 풋옵션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은 컨소시엄을 맺고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며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신창재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주당 40만원, 총액 2조원 가량을 요구했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가격 산정 회계 용역을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을 지난해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올해 초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에서 교보생명 투자 관련 실무를 맡았던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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