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13: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기업공개(IPO) 기관수요예측에서 유가증권시장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규모가 조 단위인 초대형IPO 가운데서도 단연 최대치다.

예고된 흥행이었다. 프리미엄 전기차 분리막 글로벌 1위 사업자라는 타이틀만으로 투심을 휩쓸기 충분했다.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의 영리한 전술도 한 몫 했다. 양일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첫 날 신청자들에게 물량을 많이 배정해 줬다. 이미 첫날 흥행이 확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경쟁률 '1200대 1' 훌쩍 넘겨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이달 22~23일 진행한 기관수요예측을 최종 집계한 결과 경쟁률이 1500대 1을 넘어섰다. SKIET는 첫 날(22일)에만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등 국내외 큰손들이 대거 베팅에 참여했다. 과반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10만5000원)을 초과한 가격을 써냈고,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70%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 수치는 26일 오후 정정공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 사상 최대 경쟁률로 평가하고 있다. 직전 최대 경쟁률은 올 3월초 기관수요예측을 한 SK바이오사이언스로 1275.47대 1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기념비적인 흥행이라고 평가 받았다.

조단위 공모 사상 처음으로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 단위 공모는 수백대 경쟁률만 기록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직전 조단위 공모 최대 경쟁률은 삼성SDS가 기록한 651대 1에 그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액이 1조4917억원이었다. 기관신청액이 공모가 기준 1046조원에 달했다. SKIET는 공모액이 희망밴드(7만8000~10만5000원) 상단(10만5000원) 기준 2조2460억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8000억원 가량 많다.

그럼에도 SKIET는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신청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3000조원이 넘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흥행이라고 평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첫 날 가중치 전략 주효…조단위 IPO 고정전술 될 듯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 전술이 주효했다. 첫날 신청한 기관들에게 물량을 더 많이 배정했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았을 딜인데 투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기관들은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신청해도 증거금을 내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 보유하고 있는 현금 이상을 베팅 물량으로 신청한다. 특히 공모주 광풍이 지속되고 있는 작년부턴 더욱 심화된 현상이다. 예상 경쟁률을 감안하고 오버 베팅을 해야 배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통상 이틀간 진행되는 수요예측 첫 날엔 탐색전을 펼칠 때가 많다. 다른 기관들 추이를 살펴보면서 예상 경쟁률을 따진다. 경쟁률을 잘못 예측해 자칫 과도하게 베팅할 경우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향후 IPO에서 배제되는 패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눈치싸움이 과도하게 진행되면 딜이 예상과 달리 부진할 수 있다. 첫날 저조한 경쟁률을 확인하고 둘 째날에도 소극적 베팅을 하는 경우다. 미래에셋증권은 첫날 신청 기관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불확실성을 차단했다.

SKIET 수요예측 첫날 경쟁률만 1000대 1을 넘어선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첫 날 경쟁률이 400대 1 수준이었다. 둘째 날까지 합산해 1200대 1을 넘게 됐다. 둘째 날 청약이 더 많이 이뤄졌다.

덕분에 '첫 날 가중치' 전략은 향후 이어질 조단위 IPO에 공식처럼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SKIET가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도 공모액이 훨씬 컸음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첫 날 가중치를 둔 전략 덕분”이라며 “딜 사이즈가 클수록 경쟁률 예상이 어려운데 이 같은 부담을 해소해 딜이 더욱 흥행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