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심야시간에 택시를 잡지 못해 동동거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낮에는 도로 여기저기에서 잘 보이던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벌크선사인 팬오션 관계자는 최근 대화에서 현재 '심야 택시'를 잡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화주가 택시를 잡는 손님이라면 팬오션이 택시라는 비유다.올들어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급등했다. 1년 사이 194% 가량 상승해 3월 중순 2319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운임 상승에도 팬오션은 그렇게 활짝 웃지는 못했다. 심야시간이 되어 비용은 올랐지만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택시가 부족해 수익이 크게 뛰지 못하는 구조다.
팬오션과 같은 벌크선사는 계약기간 5년 이상의 정기선 비중이 50~60%에 이른다. 정기선 계약 기간이 6개월~1년 정도인 컨테이너선사와 대조적이다. 정기선을 제외한 부정기선으로 스팟(spot) 운송을 하기 때문에 운임 상승효과가 더디게 발생한다.
팬오션 역시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BDI가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말 2분기에 운임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2% 부족했다. BDI 지수가 예상보다 한 분기 일찍 정점을 찍는 바람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정기선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벌크 3대 화물로 알려진 철광석·석탄·곡물은 원재료에 해당한다. 화주로서도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임으로 장기간 공급받기를 원한다.
다만 안정성만큼이나 유연성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벌크선의 특성은 운임 상승 이외에도 또 다른 변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력한 변수로 지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환경(E)'이다.
벌크선이 실어나르는 철광석과 석탄 등 화석연료들은 오늘날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와 배치된다. 여러 산업군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대체 연료, 친환경 연료, 전기 및 수소연료전지 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벌크선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셈이다.
고객의 수요와 소비패턴에 맞춰 카카오택시, 우버 등 택시의 형태가 바뀌는 것처럼 팬오션 역시 변화에 따른 대비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팬오션은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LNG 운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LNG선을 모두 5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학수 동아시아농업협회 회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며 곡물 트레이딩 사업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다. 여러 변수에 대처하는 팬오션의 변신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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