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영업익 1조 불구 '역할없는' 벌크부문 유조선 시황 악화 지속, 드라이벌크 호황에도 상쇄 역부족…벌크 추가 투자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5-21 10:29:5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이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찍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뽐냈지만 벌크부문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조선 시황이 작년 2분기 이후 도통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영향이다. 벌크부문 내 유조선의 비중이 쪼그라든 것은 물론 벌크의 매출 기여도 역시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수년간 컨테이너에 집중해 온 HMM은 최근 벌크에 신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건 상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차원이다. 유조선 시황이 점차 살아나 컨테이너와 벌크가 쌍끌이로 실적을 이끌 지 주목된다.
HMM이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1분기 실적 관련 IR자료에 따르면 벌크부문 매출은 1294억원으로 전년 동기(1531억원) 대비 1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역시 226억원에서 12억원으로 95% 가까이 감소했다. 사실상 겨우 적자를 면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규모 성장을 이룬 컨테이너부문과 특히 대조된다. 컨테이너 매출은 작년 1분기 1조1102억원에서 올해 2조2606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작년 1분기 -259억원에서 올해 1조11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1조원의 흑자'가 컨테이너의 단독 활약이었을 뿐 벌크는 전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다.
벌크의 부진은 유조선 시황 하락에 따른 영향이다. 중동-중국항로 유조선 운임지수(WS TD3C)는 올 1분기 32로 작년 1분기(89)보다 63.5%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3분기 35로 떨어진 이래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축인 드라이벌크는 시황이 개선됐지만 유조선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건화물운임지수(BDI)가 1년 새 592에서 1739로 194% 급등하며 드라이벌크가 버텨준 덕에 벌크부문이 적자를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1분기 전체 매출 중 컨테이너가 차지하는 비중이 93.1% 수준까지 커졌다. 작년 84.6%에서 8.5%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벌크는 11.7%에서 절반 미만으로 떨어진 5.3%에 그쳤다. 벌크부문 내부에서의 순위도 바뀌었다. 작년 1분기 매출 기여도가 54.3%로 과반이었던 유조선이 올해 30.1%로 쪼그라들었다. 기존의 자리는 드라이벌크(69.9%)가 차지했다.
HMM은 최근 벌크사업에 신규 투자를 집행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주력사업이 아닌 매출 기여도가 10%도 채 되지 않는 비주력부문에 대한 투자라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2433억원을 들여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10년간 용선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HMM이 운용하는 유조선이 9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다. GS칼텍스와 장기 화물운송계약(6264억원)을 체결한데 따른 것이다. 내년 7월부터 10년 동안 사우디 등지와 국내를 오가며 원유를 운송하게 된다. 양측 합의시 기간 연장(최장 5년)도 가능하다.
이는 컨테이너부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됐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손꼽히는 컨테이너선사로 우뚝 선 만큼 무게추를 벌크 쪽으로 일부 옮겨 미래를 준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포트폴리오간 균형을 맞추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컨테이너 시황이 갑자기 나빠지더라도 벌크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단 드라이벌크는 여전히 시황이 긍정적이다. BDI가 5월7일 기준 2597까지 치솟는 등 2분기에도 크게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유조선 시황을 나타내는 WS TD3C는 1분기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32 그대로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은 2분기엔 벌크부문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드라이벌크는 시황 상승 동력이 곡물에서 철광석, 석탄 등으로 전환돼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조선 역시 산유국의 원유제한 조치가 완화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증폭돼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HMM 측은 "드라이벌크는 시황 고점기 스팟 영업 확대로 수익 개선을 이룰 것"이라며 "유조선은 하반기 이후 강세 시황에 대비해 원가경쟁력이 높은 선대 확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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