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배재훈 HMM 사장, 민영화 전 '마지막 CEO' 될까 임기 1년 연장, 체질 개선·포트폴리오 균형으로 매력도 높이기 '숙제'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12 11:11:5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훈 HMM 사장(사진)의 대표이사(CEO) 임기가 1년 연장된다. 만성적자였던 HMM을 '영업이익 1조원' 회사로 탈바꿈 시킨 공로 등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경영 성과가 뚜렷해 연임은 사실상 예견됐던 일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배 사장이 HMM의 민영화 전 '마지막 CEO'가 될지 여부에 쏠린다.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배 사장에겐 HMM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채권단 관리 하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숙제가 주어질 걸로 보인다. 지난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경영 정상화에 바짝 다가선 만큼 다음 스텝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최근 HMM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11일 HMM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포함해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확정했다.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처리되면 배 사장은 내년 3월까지 1년 더 HMM을 이끌게 된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5일 'HMM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열고 배 사장을 차기 CEO로 단독 추천했다. 정확한 이유가 확인되진 않으나 HMM의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경신을 이끄는 등 경영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난번(2년)과 달리 이번에는 임기가 1년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배 사장은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를 기반으로 '질적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화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며 "체계적인 선복관리와 해상직원의 역량 강화, 안전운항 및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니 올해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갖추는 데 포커스를 맞추자는 주문이다. HMM은 올해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더욱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해 '경영 정상화'라는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질 개선 등을 통한 사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가치 향상은 매물로서 HMM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배 사장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HMM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잘 다듬는 일이란 의미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HMM 매각을 염두에 두고 배 사장에 대한 재신임을 결심했다고 본다. 선장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새 얼굴보단 회사에 대해 잘 아는 기존 인물에게 키를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거란 뜻이다. 임기를 짧게(1년) 설정한 것을 두고 연내 매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HMM은 올해 초 한 차례 매각설이 불거졌던 적이 있다. 매각 주체 산업은행과 새 주인으로 거론된 포스코가 강하게 부인하며 일단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작은 바람으로도 언제든 다시 불길이 커질 수 있는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최근 HMM이 포트폴리오간 균형을 맞추기 시작한 것도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HMM은 지난달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장기 용선해 GS칼텍스의 원유 운송에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벌크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컨테이너 위주의 투자를 집행하던 HMM이 모처럼 벌크에 힘을 실었다.
이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로 쏠린 무게추를 일부 벌크쪽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컨테이너와 벌크의 매출 비중이 9대1 수준이지만 점점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 확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으로 이어져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특히 컨테이너 사업에만 주력할 때보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원매자의 범위가 더 넓어져 매각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거란 시각이 많다.
올해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 배 사장은 채권단 관리 하에서의 마지막 CEO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통상적으로 인수 기업은 M&A 완료 후 피인수 기업의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지금과 같이 해운 시황이 좋을 때 HMM을 매각하고자 할 것"이라며 "올해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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