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07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텍 옥석을 가리는 방법 중 하나가 다름아닌 보도자료다. 매일 여러 건의 자료가 이메일로 들어오는데 기사로 다룰 만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나뉜다. 나름의 '감별력'을 동원하지만 제대로 구분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루지 말았어야 할 업체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했을 때는 '후폭풍'도 상당하다.작년에도 국내 바이오텍들의 보도자료 트렌드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만 보고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질' 성격의 보도자료는 여전해 보인다. 성급한 일반화, 과장법, 흑백 사고 등 논리적 오류들이 판을 친다. 이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는다. 일단 회사 입장에서 유리한 부분만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일반적인 신약개발 회사들은 실적보다는 임상 결과, 투자 유치, 우수인력 영입 등의 '이벤트'에 기업가치가 좌우된다. 이 과정에서 '포지티브(positive)' 성격의 보도자료가 남발된다. 자칫 네거티브(negative)’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은 되도록 최대한 숨긴다. 혹자는 보도자료 성격상 당연한 것 아니냐고 얘기하겠지만 곰곰이 따져볼 문제다.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피해는 오로지 투자자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수십여 곳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하겠다(개발했다가 아닌)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시류에 편승해 주가를 띄워보자는 전략이었다. 이들 가운데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듯 하다. 우리가 맞고 있는 백신이 모두 글로벌 제약사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R&D 진행 경과를 '있는 그대로' 투자자에 알리지 않았다. 상당수가 중간에 R&D를 중단하거나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쉬쉬하기 바빴다. 아마도 주가 하락이나 투자자들의 비난이 두려웠을 수 있다. ‘굳이 공시사항도 아니었으니 남들처럼 뭉개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수하고 보도자료를 내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 사실을 알린 업체는 에이비엘바이오 정도다.
보도자료는 기업의 정보 투명성 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호재’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악재’도 알리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정보 투명성을 높이는 건 결국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당장은 힘들어도 투자자와의 제대로 된 소통이 더 큰 결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ESG'가 기업가치 판단의 척도라는데 여기에 T(transparency)를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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