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19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이 분기별로 내는 손익계산서에 민감하다. 주가는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어닝쇼크’ 또는 ‘어닝서프라이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성장률, 이익률 등 실적 지표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들의 주가 전망을 내놓는다. 적어도 제약사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판단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신약 개발 등에 주력하는 보통의 바이오기업은 이 같은 ‘숫자놀음’에서 예외다. 매출이 나와도 형식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조단위 기술이전(L/O)이라 해도 실제 계약금은 미미한 규모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R&D에 매진해야 하는 바이오업체가 매출을 내는데 집착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무리하게 ‘건기식’ 사업을 추진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있다.
돈을 못 버는 바이오기업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판단 잣대로 작용한다. 해당 자금은 외부 투자자 돈이다. 회사가 번 돈이 아닌 만큼 소진에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 임상 등 ‘본업’에 활용하기 보다 아예 투자회사처럼 자금을 운용한다. 여윳돈을 고수익 펀드로 굴려준다는 증권사 영업맨의 꾀임에 넘어갔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도 있다.
바이오기업의 생명은 연구개발이다. R&D에 얼마나 돈을 투입하는지에 따라 영업의 지속가능 여부가 판가름나기도 한다. 각 회사별 사이즈가 다른 만큼 매년 소진하는 현금에서 경상 연구개발비의 비중을 계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외부 용역비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자체 R&D 투자비중이 경쟁사 대비 유독 낮다면 재고해야 한다. 급여, 스톡옵션 등 인건비 규모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공시 정보가 제한된 비상장사들의 ‘자금 운용’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한때 ‘헝그리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바이오기업이 펀딩 단계를 밟아갈수록 초심을 잃는 경우가 있다. 임상에 매진해도 모자를 판에 비싼 외제차 리스, 화려한 사무 인테리어로 ‘겉멋’을 강조한다. 쓰지도 않을 비싼 실험장비를 들여놓고 생색만 내는 회사들도 비슷한 부류다.
물론 그 반대의 사례도 있다. R&D가 최고라는 자만감에 정작 IR과 같은 마케팅 활동을 외면하는 경우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장과 소통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성과 달성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타사와의 파트너링, 해외 학회 참가 등에 대한 비용도 마찬가지다. 조단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바이오텍이지만 임원에 법인카드조차 제공하지 않는 오너도 있다.
바이오텍 재무 역량을 파악하는 또 다른 ‘팁’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확인하는 거다. 요즘은 증권사, 회계법인, 컨설팅 펌 등 CFO 출신이 다양하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력인 만큼 창업주보다 회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실제 만나보더라도 CEO나 최고기술책임자(CTO)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때가 의외로 많다.
자금줄을 책임지는 역할인 만큼 CFO의 도덕성도 중요하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곳간지기’가 딴 마음을 품으면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회사가 어떻게 되든 간에 주가를 올려 스톡옵션 이익만 챙기고 떠나는 CFO도 적지 않다. CFO의 ‘모럴해저드’, 잦은 교체 주기 등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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