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 제로(0)'. 저금리 시대에 자금 쏠림이 뚜렷한 채권발행 시장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강원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삼척블루파워가 주인공이다. 회사채 전량 미매각 사태는 올 들어 처음이다. 신용등급이 AA-로 우수하고 웃돈을 올려주겠다고 했는데도 무용지물이었다. 국내 기관들의 '탈석탄' 선언 후폭풍이 석탄 화력발전소를 덮쳤다.그러나 국내 투자은행(IB)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미매각 1000억원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인수단이 물량을 나눠 직접 인수해 처리하기로 했다. 저금리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으로 얼마든지 셀다운(재매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시민단체와 삼척 주민들이 회사채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인용 안될 것"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반응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년 새 DCM시장에서 채권 발행은 불패신화로 받아들여졌다. 역대급 투심이 몰리면서 주관사 지위만 따내면 수익을 얻는 공식이 항등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증권사들은 후속 발행 주관을 맡기위해 채권발행 회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수수료 인하를 내걸고 신규 계약 따기에만 골몰했다. 리스크 관리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다. 이번 미매각 사태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이를 방증한다.
위기는 대다수 방심에서 발생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유행이었던 시기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2년 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상업지구 라데팡스에서만 국내 기관들이 매입한 부동산은 10여 개에 달한다. 각 증권사마다 해외부동산팀은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피스,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대거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20타임스스퀘어,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는 원금 손실까지 입었다. 미매각 부동산을 떠앉은 증권사는 유동성 부담에 잠재적 리스크까지 짊어졌다.
채권 시장의 황금기는 금리 인상이라는 물결 속에 점차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를 올릴 의중을 두번이나 시사했다. 연내 인상을 시작해 내년까지 몇 번 올릴 것인가가 시장의 관심이다.
코로나 이후 1년 반 만의 금리 역류가 예고되면서 채권 시장에 몰리는 유동성도 점차 빠질게 분명하다. 삼척블루파워의 전량 미매각을 ESG 시대의 예외로 인식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되레 위기가 오기 전 리스크를 강화하는 선제 조치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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