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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씨티 매각 예비입찰 마감, 국내 시중은행 없다 인수 시 고객이탈 우려, '자력 생존이 낫다' 판단도

김현정 기자공개 2021-07-02 07:43:13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동남아 씨티은행 인수의향을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성장성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씨티은행 인수를 새로운 기회로 평가한 곳은 없었던 셈이다.

다만 실질적인 불참 사유는 다양했다. 특히 현지 역량이 씨티그룹의 글로벌 인프라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수 시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가 가장 많았다. 씨티그룹이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원한다는 점도 인수전 참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남아 씨티은행 인수의향서(LOI) 제출일 마감일인 6월 30일까지 씨티그룹에 LOI를 제출한 국내 시중은행은 전혀 없었다.

미국 씨티그룹은 동남아에 진출해있는 한국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6월 초 씨티은행 동남아 소매 사업부들에 대한 매각정보안내서(IM·Information Memorendum)를 발송했다. 6월 한 달 동안 씨티그룹 해외 사업 인수를 검토한 뒤 의사가 있으면 LOI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미국 씨티그룹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 씨티은행을 통매각하길 원하지만 국가별로도 매각 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지주 쪽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한 곳도 있고 은행 글로벌그룹이 중심이 돼 분석한 곳도 있다. 결론은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두 인수전에 들어가지 않았다.

몇몇 곳은 동남아 씨티은행의 금융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점을 인수 포기의 이유로 들었다. 씨티은행이 기존 동남아 소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웰스매니지먼트(WM),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등이 기존 국내 현지은행의 역량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상위권 외국계 은행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싱가포르 DBS은행, 일본 미쓰비시금융그룹 등 굵직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동남아 씨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인프라와 금융상품, 금융서비스는 우리가 현지서 제공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현실적으로 애써 돈주고 사왔는데 고객이 만족을 못하고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카드 기반 고객이 많은 점을 인수 포기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현지 리테일 고객 상당수는 전세계 통용되는 씨티카드를 매개체로 씨티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 기존 씨티카드가 다른 은행의 카드로 바뀌면 고객들이 이탈할 우려가 크다는 평이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씨티은행이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는데 브랜드력으로 씨티그룹을 따라갈 수 없다”며 “동남아 쪽에서는 자력으로 성장키로 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이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이 현재 동남아 매물에 대해서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터라 인수 희망자들은 이미 해당 국가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진출해있는 곳이 한정돼있는 만큼 동남아 씨티은행 진출 국가 점포를 한꺼번에 사야하는 조건이라면 쉽사리 인수전에 나설 수 없다.

이 밖에 서둘러 인수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이번 예비입찰 참여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 굳이 LOI를 제출해 인수전에 불을 지피고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매각 상황을 지켜보고 의사결정은 나중으로 미룬 경우다.

C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1차 LOI 접수를 받은 것인데 지금 시점에서 굳이 당장 인수 의사를 표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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