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27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상반기 인기를 끈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한 장면. 주인공 박새로이는 복수의 대상인 장대희 회장이 경영하는 기업 장가(長家)의 주가가 오너 2세 리스크로 폭락하자 주식을 매입한다. 훗날 이를 뒤늦게 인지한 장 회장이 투자 이유를 묻자 박새로이가 답한다."믿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실추됐을지 몰라도 장가의 가치, 본질이 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돈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소비자들은 ESG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면서 ESG 리스크가 불거진 일부 기업들은 호된 불매운동을 겪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관되게 유지됐다. 과거처럼 무시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흐름 속 어려움을 겪는 유통기업들이 하나둘 나왔다. 눈길을 끄는 건 사모펀드운용사(PE)가 ESG 리스크가 발생한 기업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은 올 5월 경영권 거래를 발표한 뒤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서는 IMM PE가 한샘 인수를 결정했다.
한앤컴퍼니와 IMM PE는 국내 최상위권 PE다. 인수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뒤 매각해 투자자들에 이익을 남겨 주는 게 '업'이다. 그들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두 기업이 기초 체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남양유업과 한샘이 만드는 상품의 강점,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성실한 임직원들의 노고도 변함이 없을 터다. 하지만 ESG 리스크가 끈질기게 뒷다리를 잡았다. 이 위험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방해했다. 확장 전략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앤컴퍼니와 IMM PE가 조타수가 된 이상 상황은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 등을 위해 사활을 걸면 된다. 또 필요하다면 성장 잠재력이 있고 시너지 효과가 가능한 기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도 있다.
PE가 구원투수로 등장함으로 인해 남양유업과 한샘이 잘못된 부분을 털어내고 거듭나기에 적당한 시간을 벌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사모투자펀드(PEF)의 운용기간은 일반적으로 3~5년이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향상시킨 뒤 언젠가 새 주인을 찾아준다. 그 곳은 인수에 조력자로 참여할 전략적투자자(SI)일 수도 다른 새로운 기업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 건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ESG 문제로, 특히 오너 리스크로 남양유업과 한샘의 상품을 구매하는데 망설였던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구원투수' 한앤컴퍼니와 IMM PE가 어떻게 환골탈태 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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