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스, 자사주 정책 '매입→처분' 전환 이유는 FI 러브콜에 전량 매각, 유동성 강화·주가 관리 포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1-08-11 13:32:4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제조사 '코세스'가 자사주 관련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자사주를 점진적으로 매입하면서 지분율 유지와 유통량 제어 등에 나섰던 코세스는 최근 7% 이상을 돌연 매각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세스는 지난달 29일 자사주 120만주를 130억원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위탁중개업자인 KB증권이 전량 매입한 뒤 기관에 중개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코세스 관계자는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시장안정화, 기관투자자 참여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분한 자사주 규모는 총주식수 대비 7.25%에 이르는 물량이다. 처분가액은 주당 1만783원이다. 지난달 28일 종가 1만1350원에 할인율 5%를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복수의 기관투자자(FI)가 딜에 참여했지만, 특정기관이 상당량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입이 완료되면 이 FI는 4.99%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자사주를 점진적으로 매입, 간헐적으로 소량 소각하면서 주주가치를 챙겼던 코세스가 입장을 바꿔 대량 처분한 배경에는 최대주주 박명순 대표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전언이다. 박 대표는 818만주(49.31%)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2만6000주가량의 자사주를 처분한 코세스는 지난해 3월 자사주 매입 한도 규제가 완화된 직후 30억원을 들여 66만1946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해 8월 121만주가량의 자사주 가운데 26만7000주(20억원 상당)를 소각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코세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과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분율 방어에 관심이 크다"면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해 왔고, 주가가 정체기에 빠지면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지분율은 코스닥 상장 이후인 2006년 말 50.80% 대비 큰 폭의 변화가 없다. 유동성이 필요하면 장단기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대량 매각은 기관투자자 측에서 지속적으로 코세스 자사주 매입 의사를 타진했고, 이를 박 대표가 수락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코세스 역시 유동성을 강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식 유통량의 숨통을 틔울 필요가 있었던 터라 FI 니즈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코세스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13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자사주 매입 당시 주당 단가가 3000원(2020년 3월)에서 5000원(2018년 11월)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차익만 어림잡아 60억원 규모다. 자사주를 활용해 50%가량의 투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 26억원, 당좌비율이 97.56%에 불과한 상황에서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세스는 미니·마이크로LED 제조 장비(레이저 리페어)의 공급 확대를 꾀하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회로나 패턴의 불량을 찾아 레이저로 복구하는 장비로, 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9월 중국 BOE, CSOT 등 톱티어 디스플레이 메이커에 양산공급을 개시하면서 주목받았다. 궁극적인 타깃은 국내 주요 고객사(삼성전자)다.
코세스는 2018년 약 60억원 규모의 레이저 리페어를 납품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미니, 마이크로LED TV 공정 라인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고객사의 관련 투자가 지연(holding)되면서 중국 향으로 판로를 틀었는데, 최근 고객사가 투자 재개를 검토하면서 PO(주문서) 발주 수준의 협의가 오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실적과 주가 상승의 기대감으로 기관투자자의 자사주 매입 문의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코세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와 장비 계약에 대해 논의가 오가는 것은 맞다"면서 "실제 양산공급이 이어지게 된다면 올해 말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세스는 2019년 매출액 656억원과 영업이익 77억원, 지난해 매출액 638억원과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액 116억원, 영업이익 26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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