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체제' 가늠자, 사모펀드 제재심 곧 재개 금감원 이달 24일 개최 예정, 치열한 공방 속 감경 기대
고설봉 기자공개 2021-08-12 07:00:1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은행들에 대한 사모펀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곧 재개된다. 당초 ‘장기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달 안에 절차가 상당 수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제재심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체제를 맞이해 열리는 첫번째 제재심이란 점도 이목을 끈다. ‘정은보 체제’를 맞이한 금감원의 시장 및 금융사 감독의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제재심이 오는 24일 재개된다. 지난달 15일 이후 약 5주 간의 휴지기를 가진 금감원은 이날 2차 제재심을 개최한다. 이어 이날 제재심 진행 상황에 따라3차 제재심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선 신한·우리은행 제재심은 모두 3차까지 열렸다.
우선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871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원), 독일헤리티지펀드(510억원), 디스커버리펀드(240억원)를 모두 묶어 한번에 제재심 안건으로 올렸다. 펀드 총 판매액은 2700억원으로 가장 쟁점이 된 라임펀드의 미상환 잔액은 328억원이다.
금감원은 이들 펀드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등 잘못이 있다고 봤다. 제재심에 앞서 하나은행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또 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부회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예고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제25차 제재심을 열어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를 안건으로 다뤘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당시 제재심은 6시간 넘는 공방전이 펼쳐졌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하나은행은 1차 제재심에서 금감원의 사전 통보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펀드 담당자들과 로펌 관계자, 지 전 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까지 참석해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공방이 이어졌다.
24일 열릴 2차 제재심에서는 공방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제재심에서 주로 하나은행이 입장을 피력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만큼 이번 2차 제재심에선 하나은행의 반박을 금감원이 재반박하는 상황이 주로 연출될 전망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대심제로 치뤄진다.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과 같이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얻는다. 양측이 변호사를 대동해 제재심에 참석하면서 양측간 변론과 공방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이번 하나은행 2차 제재심은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 후 열리는 첫 절차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번 1차 제재심은 금감원장 공석으로 치러졌다.
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내걸어온 윤석헌 전 원장이 떠나고 새로운 원장이 취임한 만큼 제재심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장 등 금감원 임원은 제재심 회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재심 위원들이 원장의 비호 아래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측면도 있다. 실제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제재심이 유례없이 강경 일변도로 치러진 것을 업계에선 윤 원장의 성향과 맞물려 봤다.
현재로선 하나은행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임 정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규제보다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외쳤다는 점 등이 근거다.
더불어 최근 금감원 안팎의 상황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보다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오는 20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재판부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금감원의 제재심은 사실상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된다.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중징계를 준 금감원의 논리가 깨지게 된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 및 감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또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시장의 부실을 금감원이 사전에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재심 위원들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이번 제재심은 금감원과 하나은행 등 당사자는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이벤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임 정 원장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며 “소비자보호만을 외쳤던 전임자와는 결이 다르고, 법적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섣불리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재직 중인 임기는 수행할 수 있으나 연임이나 금융권 재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지 부회장의 경우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3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해 사실상 금융권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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