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심사기준 개정'에 M&A 전략 수정 불가피 자회사 37곳, 카카오 공동체 4분의 1…'플랫폼 고도화·해외투자 확대' 힘 실릴듯
최필우 기자공개 2021-09-16 07:50:3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5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공동체에 속한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옛 포도트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시작으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 특성을 감안한 M&A 심사기준 개정을 예고하면서 카카오엔터도 성장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플랫폼 고도화와 해외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15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1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3분기 들어 6개 자회사가 추가되면서 37개로 늘었다. 카카오 공동체 계열사 158개 중 4분의 1 가량이 카카오엔터 산하에 있는 셈이다.
카카오엔터의 성장 스토리는 대부분 M&A로 이뤄졌다. 올해 출범한 합병법인 양대 축부터 M&A로 사들인 기업이다. 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페이지의 전신인 포도트리를, 2016년 옛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로엔엔터를 흡수합병한 후 멜론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카카오엠으로 분사했고 카카오페이지와 합병시켰다. 여기에 다시 분할 독립한 멜론컴퍼니를 합치면서 현 체제가 환성됐다.
카카오는 피인수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을 통해 다시 M&A에 나섰다. 카카오페이지는 본업인 웹툰 플랫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스튜디오, 출판사 인수에 주력했다. K-POP 기획사 중심의 자회사 라인업을 갖고 있었던 카카오엠은 영상 콘텐츠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 배우 매니지먼트사를 대거 사들였다.
M&A 중심 성장 전략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김 의장은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기업에 사업적, 금전적 기회를 제공하되 피인수기업 CEO의 재량을 보장해 왔다. 소속 아티스트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해야 하는 엔터사에 적합한 경영 방침이다. 잠재력은 갖추고 있으나 엑시트 또는 성장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는 중소형 엔터사 입장에서도 카카오 공동체 합류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M&A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회사 수가 30곳을 넘었으나 공정위와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엔터업계 특성상 특정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집중도가 높아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의 M&A 심사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카카오엔터도 무한정 계열사 수를 늘리긴 곤란한 상황이 됐다. 매출 규모가 작은 엔터사 인수까지 제도로 막는 건 어렵지만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는 계열사가 대거 늘어난 것에 대해 부정적인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계열사를 늘려 매출 외형을 키우는 식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젠 충분한 인력풀을 갖춘 만큼 앞으로는 플랫폼과 콘텐츠 고도화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다음웹툰을 카카오웹툰으로 개편하는 등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웹툰, 드라마 제작, OTT 편성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이 가동되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7월 북미 웹콘텐츠 플랫폼 래디쉬와 타파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상 콘텐츠 부문에서도 해외 스튜디오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 글로벌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면 콘텐츠 공급처 확대 효과가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계열사 수가 많긴 하지만 시장지배력 확대가 아닌 본업 경쟁력 강화가 M&A 목적이었다"며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 전략 수정에 발맞춰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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