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레인 지주전환 1년]승계 핵심키 오너 자녀회사 '머티리얼즈파크'②킹스데일·ARK 인수해 차익 챙겨줘, 내부거래 비중은 22%대로 감소
원충희 기자공개 2021-10-06 07:19:27
[편집자주]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그때, 솔브레인은 불산 국산화를 이뤄내 일약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의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안정화, 후계구도 정립이 진행됐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출범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 그로 인한 변화와 남은 과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기업들이 오너 2세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재원을 얻은 뒤 이를 그룹 지배력 확보에 활용하는 행태는 빈번한 일이다. 솔브레인그룹 역시 회장 자녀들이 소유한 '머티리얼즈파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승계 비히클(vehicle)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도 머티리얼즈파크 자회사를 인수해 160억원 가량의 차익을 안겨줬다.솔브레인홀딩스는 지난해 12월 31일에 머티리얼즈파크로부터 미국 바이오업체 '아크 다이그노스틱스(ARK Diagnostics)'의 지분 60%를 추가 취득했다. 이 회사는 2018년 머티리얼즈파크와 솔브레인이 각각 304억원, 202억원을 들여 6대 4 비중으로 인수한 업체다. 솔브레인홀딩스는 머티리얼즈파크 보유분을 461억원에 사들였다. 취득원가보다 160억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솔브레인홀딩스는 이를 시작으로 지난 2월 바이오벤처 진켐을 206억원에, 픽셀메디칼(PixCell Medical Technologies)을 359억원에 잇달아 인수했다. 그간 반도체 및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주사를 설립하면서 소병하 전 H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이준상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사외이사와 상근감사로 영입한 뒤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M&A)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정지완 솔브레인그룹 회장의 자녀인 고 정석호 이사와 정문주 상무가 각각 59.4%, 40.6%씩 보유한 회사다. 고인이 된 정 이사 지분은 현재 딸인 정호경 상무에게 상속된 상태다. 2001년 9월 11일 라호야케미칼 사명으로 설립된 이곳은 화학재료 제조와 판매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였으나 베이비파크를 계기로 유아용품 도소매업에 뛰어들면서 2018년부터 현재 사명을 쓰고 있다.
솔브레인과 정 회장이 자녀회사와 M&A 거래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2월 아들 정석호 이사가 소유하던 기자재 전자상거래업체 '비즈네트웍스' 지분 70%를 매입했다. 솔브레인과 거래관계가 있었던 이곳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부거래 이슈가 부각되면서 아예 그룹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8년에는 정 회장이 직접 머티리얼즈파크가 갖고 있던 골프클럽 '킹스데일'을 사들이기도 했다. 씨제이더블유글로벌이란 개인회사를 설립해 킹스데일 지분 51.11%를 396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및 운영자금은 한국증권금융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각각 320억원, 100억원을 차입해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이 솔브레인 주식 124만1313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킹스데일을 설립한 2010년 말 기준 자본금이 39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머티리얼즈파크가 들인 돈은 대략 200억원 정도로 196억원의 차익을 안겨준 셈이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률 20~30%를 유지하는 알짜회사다. 베이비파크를 합병하기 전(2014년)인 라호야케미칼 시절에는 솔브레인 등 특수관계자 내부거래 비율이 매출의 99%에 달할 만큼 전형적인 오너 2세 일감 몰아주기 회사였다. 2018년까지만 해도 별도기준 매출의 57.4%가 솔브레인 및 특수관계자로부터 나왔으나 그 이후 2019~2020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22~23%로 낮아진 상태다.
솔브레인그룹은 6월 말 기준 총자산 1조400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감독기준 5조원(공시대상기업집단)에 미달하고 있어 내부거래 기준에 걸리진 않고 있다. 그룹의 꾸준한 일감 제공 덕분에 머티리얼즈파크의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작년 말 기준 523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상환에 609억원을 소진하면서 현금성자산은 193억원에서 35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은 108%에서 24%로 개선됐다.
이러다보니 머티리얼즈파크는 오래 전부터 솔브레인그룹의 경영승계 핵심 키로 부각돼 왔다. 현재 솔브레인홀딩스의 지분은 정 회장이 55.89%, 배우자인 임혜옥 씨가 14.61%인 반면 고인이 된 아들 정석호 이사 대신 후계구도에 들어온 딸 정문주 상무는 1.09%에 불과하다. 지분상속 및 증여과정에서 세금부담이 클 수 있는 만큼 내부거래를 통해 머티리얼즈파크의 덩치를 키우고 이후 지주사와 합병을 통해 승계과정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 모니터]상장 나선 재영텍, '적자 전환' 난관 뚫을까
- 4년만에 대표직 내려온 송영숙 '침묵'…임주현 "안타깝다"
- "준비·설득 다 부족했다"...이우현 회장의 바이오 M&A 성찰
- [Company Watch]'군수공백' 아이쓰리시스템, 민수 '상쇄'
- [Company Watch]'흑자전환' 신성이엔지, 실적 턴어라운드 성공
- [Company Watch]'800억 수주잔고' 엔시스, 1분기 실적 '선방'
- 미래산업, 신규 수주 확대 흑자전환
- [Company Watch]라온시큐어, 옴니원 NFT 필두 '사업 다각화 속도전'
- 한미통합 결렬에도 '확장본능' OCI, 해외 제약사 인수 검토
- [돌아온 임종윤 넥스트 한미약품]모친 해임한 임종훈 대표 첫 일성 "단독체제로 경영속도"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7년 만에 '회계 분류' 또 바뀐 미래에셋증권
- [기업집단 톺아보기]박현주의 야성론…미래에셋, '비지주' 금융그룹 고수
- [빅딜 그 이후]합병 셀트리온, 구조적 운전자본 부담 해소 관건
- [빅딜 그 이후]통합 셀트리온, 확대된 차입여력…조달 다변화 시동
- [빅딜 그 이후]셀트리온, 영업권 11조 폭증…손상 리스크 안고 간다
- [빅딜 그 이후]셀트리온, 4배 이상 팽창한 자본…현금 유입은 없다
- 셀트리온 CFO의 부채 관리법
- [빅딜 그 이후]통합 셀트리온, 급감한 매출채권…비정상의 정상화
- [기업집단 톺아보기]덩치값 못하는 삼성카드 '과잉자본'의 역설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증권, 우발채무 줄이자 부실채권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