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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대란 그후 1년]사모사태 '홍역' 치른 수탁사, 빗장 여전히 안 푼다①여전한 사모펀드 수탁거부, 소형사들에게 더 높은 장벽

허인혜 기자공개 2021-10-07 07:27:16

[편집자주]

사모펀드 시장이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이전을 회복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움츠러들었던 수탁업계도 수탁고를 늘렸다. 하지만 수탁사와 자산운용사마다 체감 정도는 다르다. 대형사들은 원활하게 수탁사를 확보, 입지를 넓힌 반면 소형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탁 수수료는 급증했고 수탁 조건도 깐깐해졌다. 수탁대란 그후 1년, 그 변화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5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다시 성장 추세로 다시 진입했지만 수탁사들은 빗장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일부 수탁사들이 펀드 수탁에 협조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신규수탁을 전면 중단하거나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특히 소형사들에게 수탁사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신규수탁을 위해 투자전략과 펀드 규모까지 암묵적인 룰을 따라야한다. 때문에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수탁사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리스크 확대에 하나·국민·농협은행 수탁규모 '주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에 따르면 수탁회사 설정규모는 9월 말 설정원본 기준 480조원으로 확대됐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일어난 지난해 6월 잔고는 420조원이다. 한해동안 60조원이 확대됐다. 전체 사모펀드 잔고와 PBS 집계를 기준으로 한 사모펀드 잔고도 부실펀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됐다.

시장이 회복세를 띠면서 수탁은행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모펀드를 기준으로 신한은행의 외형 성장이 가장 가팔랐다. 신한은행의 수탁잔고는 69조8900억원에서 92조원까지 순증했다. 상승폭의 3분의 1이 신한은행이었던 셈이다. 우리은행의 잔고도 42조원에서 59조원으로 늘었다.

반면 부실펀드 사고 여파로 후폭풍을 맞았던 수탁사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하나은행의 수탁잔고는 사모펀드 사고 이전 대비 3조원대 늘어난 53조원이다. 사고 전 잔고는 49조원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수탁잔고는 상위권에 자리했지만 지난해 6월 대비 성장폭은 정체돼 있다. 국민은행이 71조4500억원에서 74조1000억원으로, 농협은행이 83조3000억원에서 86조50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증권금융 전담사인 한국증권금융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수탁 잔고는 28조5800억원에서 33조7000억원으로 늘었지만 머니마켓펀드(MMF)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일부 수탁사가 신규수탁을 꺼리는 이유는 법률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책임을 두고 NH투자증권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펀드 사고 초기만해도 판매사가 전적인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NH투자증권의 구상권 청구를 기점으로 수탁사에도 법적 책임을 지우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수탁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금융당국의 수탁사 가이드라인도 수탁업계가 신규수탁을 거절하는 주된 요소다. 금융당국이 수탁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수탁사의 의무 감시조항이 늘었다. 수탁사는 집합투자재산 보관과 관리의 기본업무는 물론 투자설명서와 실제 전략이 부합하는지, 자산운용 보고서 작성이 적정한지 까지 다방면으로 펀드 운용현황을 살펴야 한다.

◇소형사에 더 높은 수탁사 허들…PBS 고충 '심화'

소형사가 넘어야 하는 허들은 더욱 높다. 수탁잔고가 늘었는데도 자산운용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대형 자산운용사로 수탁잔고가 쏠렸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4월 250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펀드 수탁 거부 관련 사례 조사'에서 운용사의 20%는 실제로 수탁계약을 거부당했다고 답할 만큼 수탁거부는 만연해 있다.

최근 1년간 수탁업계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을 충족하는 자산운용사가 흔치 않다는 전언이다. 수탁업계는 수탁이 가능한 펀드 투자전략을 한정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설정액을 충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전문 사모운용사 대표는 "'상장증권 투자, 100억원 이상'이 전문 사모운용사 수탁을 받아주는 암묵적인 조건"이라며 "조건을 맞추더라도 수탁보수가 전에없이 비싸져 전문 사모운용사들은 각자도생하며 점차 사라지는 중"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전문 사모운용사 대표는 "수탁 기준이 풀리기는커녕 더 엄격해졌다"며 "비상장 투자나 파생거래 등을 전략으로 삼은 펀드는 수탁이 어렵다"고 말했다.

PBS도 고충을 겪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PBS가 수탁사에 펀드 수탁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수탁사의 입김이 커졌기 때문이다. PBS 수수료와 수탁사 수수료를 조율하는 부담감이 전에없이 높아졌다.

전문 사모운용사 대표는 "PBS의 고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며 "PBS와 수탁사의 수수료 비율이 이전에는 5대3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수탁사의 비중이 높아져 수탁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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