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회계 톺아보기]에스엘, 연구개발비 1000억 전액 비용처리 '왜'과감한 R&D 투자 수익성 개선 '일등공신', 영업이익 감소 불사
김서영 기자공개 2021-11-08 08:22:14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익성 악화를 겪는 기업의 위기 대응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를 내는 사업부를 매각하기도 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중견 자동차 부품사 에스엘(SL)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에스엘은 자동차 램프, 쉬프트(변속)레버 등을 생산해 현대차, 기아, GM, 포드 등에 제품을 납품한다. 현재 △할로겐램프 △HID 램프 △LED 램프 등 세 종류의 헤드램프를 생산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기반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급격히 빨라지고 있어 전력 소비량이 적어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 램프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엘은 연구개발에 연간 10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2018년 1036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연구개발비는 점차 증가해 2019년 1178억원, 지난해 1333억원으로 나타났다. 매년 13% 이상씩 늘어난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는 56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비교할 때 연구개발비 규모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의 3%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에스엘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스엘은 영업이익 감소도 불사했다. 비용으로 처리된 연구개발비는 매출원가 또는 판매관리비로 포함돼 영업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2017년과 2018년, 매출액은 6000억~7000억원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연구개발비 비중이 급증했다. 이 시기 영업이익률은 2017년 4.6%, 2018년 0.8%로 뚝 떨어졌다.
특히 연구개발비 전액을 무형자산(개발비)이 아닌 비용으로 회계 처리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은 연구 중인 기술과 제품 가운데 향후 상용화에 성공,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 개발비로 회계 처리한다. 개발비 자산화율이란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개발비로 인식된 비중을 말한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개발비 자산화율은 '0%'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0%라는 수치에 매몰돼 연구개발 성과가 전무하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회계 처리 하는 것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연구개발 담당자들이 기술과 제품을 상용화시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계상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회계적으로는 자산으로 처리 후 자산상각 등 불안정성을 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에스엘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려면 미래에 발생할 경제적 이익에 대해 입증해야 해 굳이 자산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비용으로 계상하고 있다"며 "현재 회계 지침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에스엘은 이와 같은 과감한 R&D 투자로 수익성 강화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0.8%를 기록해 저점을 찍고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듬해인 2019년 영업이익률은 3.1%로 반등했고, 지난해 6%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67억원으로 작년 한 해 영업이익(1040억원)에 83.4%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은 8.8%로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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