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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신기술조합 기울어진 운동장]수탁의무 없는 신기술조합 ‘제2의 옵티머스’ 뇌관되나③수탁업자 확보 사모펀드 ‘의무’ 신기술조합 ‘전무’…금감원 창구지도에도 한계 뚜렷

이민호 기자공개 2021-11-11 13:17:32

[편집자주]

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기술조합에는 사모펀드와 달리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 자산운용보고서 제출, 임원 요건 충족 등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 비히클간 투자자산과 수익자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자산운용사는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더벨이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현황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5일 15: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재산 수탁 의무가 없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제2의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업자의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기능을 법 개정을 통해 크게 강화한 사모펀드와 대비된다. 금융당국이 신기술조합의 수탁업자 확보를 주문하는 창구지도에 나섰지만 법 자체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수탁업자 확보 의무, 신기술조합에는 없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펀드재산의 보관·관리업무를 신탁업자에게 위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탁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펀드 등록이 불가능하다. 자산운용사가 스스로 펀드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탁업자가 돼서는 안된다고 적시하고 있기도 하다.


신탁업자 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데는 펀드재산의 실체성을 확인하고 평가에 공정성을 기하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신탁업자는 펀드재산의 보관·관리업무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자산의 취득과 처분을 이행하고 펀드수익자에게 환매대금과 이익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펀드 운용의 법령·규약·투자설명자료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이 확인된 경우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감시기능도 있다.

사모펀드는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펀드 여유자금을 예금 등 금융상품에 유치할 수 있어 대부분 시중은행이 신탁업을 전개해왔다. 헤지펀드 성격의 사모펀드는 대차, 차익거래, 스왑, 시딩자금 유치 등 필요성에 따라 증권사를 신탁업자로 정하고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제공받는다. 이 경우 PBS 증권사는 수탁업무에 한해 은행에 재위탁하는 구조를 취한다. 최근에는 은행의 수탁업무가 위축되면서 PBS 증권사가 자체 수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는 신기술조합 투자재산의 보관·관리를 정한 내용이 없다. 극단적으로는 편입자산을 개인금고에 보관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는 애초 신기술조합이 사모펀드와 달리 기관투자자 중심의 비히클로 인식되며 기관투자자의 위험 감내 능력을 인정한 이유가 크다. 수탁업자를 끼고 신기술조합을 조성하는 경우는 있었다. 다만 이는 기관투자자의 요구가 있거나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신기술사업금융사의 마케팅 수단일 뿐 금융감독원의 요구 때문은 아니었다.


◇금융당국 신기술조합 수탁업자 확보 ‘창구지도’…여전법 손질 필요성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감독원이 신기술조합 등록 때 투자재산의 수탁을 주문하는 창구지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전법상 수탁업자 확보 의무가 없는 신기술조합이 제2의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옵티퍼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하면서 신탁업자가 자산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1차적으로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업자의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 책임이 자본시장법상으로 강화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만 창구지도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이 있다. 일종의 구두지시인 창구지도는 공식적인 권고나 협조요청 성격의 행정지도보다도 구속력이 약하다. 행정지도와 달리 유효기간을 명시하지도 않는다. 따르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신기술조합별로 수탁업자를 확보해야 하는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일반투자자 대상 신기술조합에 한정하더라도 수탁업자 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도록 여전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의 풍선효과로 증권사 PB센터를 통한 일반투자자들의 신기술조합 가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창구지도를 통해 신기술조합에 수탁사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자산의 실체성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법적인 강제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창구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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