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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차세대 리더십]철저한 성과주의, 느슨해진 '60세 룰'②총수 사법리스크 속 고참역할 부각, 10년전 60대 임원 3명→ 8명

김혜란 기자공개 2021-12-02 07:11:02

[편집자주]

'이재용호 삼성'이 본격적으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첫 발은 인사제도 개편이다.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뉴삼성의 메시지를 담을지 어느 때보다 업계 주목도가 높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직 문화를 혁신해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함)에 다가서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더벨은 삼성의 인사 관전포인트를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0세 룰'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삼성 인사 전반에 흐르는 뚜렷한 기조 중 하나였다. 정기인사에서 만 60세 넘는 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들을 교체하고 50대 사장을 전진배치해 후진양성, 세대교체를 꾀하는 관행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으나 이건희 회장 시절 60세룰은 중요한 원칙으로 비교적 잘 지켜졌다. 그러나 2014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수로 오른 이후론 이 공식은 다소 옅여졌다. 2016년부터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극심해졌고 이후 총수대행 체제가 가동되면서 경험 많고 검증된 고참들의 역할이 부각됐다.

일각에선 준수한 성과를 냈다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믿고 맡기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결과라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와는 나이 기준이 달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들의 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 중 만 60세를 넘긴 사람은 모두 9명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지탱하는 김기남 부회장(DS총괄), 김현석 사장(CE총괄), 고동진 사장(IM총괄) 모두 올해 기준 만 60세가 넘었다.

3인 모두 2018년 3월 선임된 이후 지난해 말 2021년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돼 3년 가까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만 60세가 넘었으나 연임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총수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 대체자가 없었던 데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경영성과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정현호 사업지원TF장(사장), '포스트 김기남'으로 거론되는 정은승 DS부문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등을 포함해 삼성전자에서만 만 60세 이상인 사장급 이상 임원이 총 8명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아니지만 이인용 고문이 작년 만 63세의 나이로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으로 현업에 복귀하기도 했다.

전자계열사 중에선 삼성SDI 전영현 사장이 60대다. 50대 초반인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 수장을 맡는 등 50대 젊은 장수들의 약진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완성된 고위급 임원진 구성을 보면 60대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진 경향은 뚜렷하게 보인다.


이건희 회장 시절만해도 인사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젊은 리더십'이 꼽혔다. 고 이건희 전 회장은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직접 강조한 바 있다. 2009년이 상징적인 해다. '삼성특검'으로 고 이 회장이 퇴진한 후 처음 실시된 인사에서 60세가 넘는 삼성전자 간판 CEO들이 대거 퇴진했다.

2009년 임원 현황을 들여다보면 이윤우 대표이사 부회장(당시 만 63세), 사회공헌위원장, 구주전략본부담당임원 두 사람을 제외하고 사장단은 모두 50대였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만 60세이상은 3~4명 수준이었다. 2011년엔 최지성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50대였고 특히 핵심인 DS부문장은 만 59세인 권오현 부회장이 맡았다. 2013년에만 7명으로 다소 늘었다.

이 부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인 2014년과 2015년엔 각각 8명, 9명이 만 60세 이상이었고 2016년엔 11명까지 늘었다. 2018년과 현재는 8명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해 60대 사장이 많아졌다. 2017년 당시 50대였던 지금의 세 대표이사로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60대 초중반이던 대표이사 3인(권오현-윤부근-신종균)이 용퇴를 선언한 데 따른 후임인선으로 이뤄진 인사였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 탓에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지자 인사 적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비상경영 체제가 몇 년간 이어지면서 인사에서도 일관성과 조직 안정, 결속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 미·중 갈등 등 대내외적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인적 쇄신보단 간판 CEO이자 경험이 많은 노장들의 리더십에 의지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선대 회장과는 다른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해 경영성과가 좋다면 나이에 관계 없이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산업의 경우 기술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만큼 기술 역량을 높인 엔지니어 출신 CEO들에겐 60세룰을 엄격히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연임에 성공한 CEO들을 보면 3인의 대표이사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에 오른 인물들이다.

다만 후진양성 차원에서도 세대교체는 필요한 만큼 '뉴삼성'을 이끌 차세대 리더십을 발굴하는 것이 삼성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인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 사장단이 퇴임한 사례가 많긴 했지만 60대룰이 있다고 대외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고 엄격하게 지켜진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년 전 60대의 개념과 지금은 다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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