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판매 '핵심', 캐피탈 영토확장 '탄력' [현대카드·캐피탈 경영권 재편]③총 11개국서 활발한 사업, 경영분리 계기로 해외진출 속도 전망
류정현 기자공개 2021-12-01 07:28:12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최근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분리 움직임이다. 지분 변동을 수반한 것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경영권을 두고서는 총수일가 사이에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금융계열사는 과연 어떤 이유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경영권과 지배구조, 주력사업부문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그 배경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30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현대캐피탈 직할 경영 방침을 두고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 공략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많은 주요 완성차 업체가 캐피탈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정태영 부회장을 이어받아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목진원 대표이사도 그간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해왔던 인물이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해외법인 실적도 견조하다. 현대차그룹을 등에 업은 현대캐피탈이 이번 경영권 재편을 계기로 추가적인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해외 판매 '중추' 역할, 글로벌 자산만 73조원
현대캐피탈은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현대자동차 그룹이 직접 경영하게 됐다. 지난달에는 대규모 임원인사를 진행하며 그간 궤를 같이했던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과 본격적으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데에는 해외사업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가 캐피탈사와 함께 사업 구조를 만들어서 차량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 국제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완성차 업체도 자체적인 파이낸셜 회사를 설립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벤츠의 경우 지역별로 사업을 대행하는 회사를 선정하고 해당 회사에서 벤츠코리아, 벤츠파이낸셜 등을 설립해 현지로 진출한다. BMW의 경우 자본금을 전액 출자해 지역 법인과 파이낸셜을 세운다. 현대자동차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이러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량으로 전 세계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는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 있다”며 “대부분의 회사가 캡티브 금융사를 끼고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세계 곳곳에 거점을 마련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금융계열사 가운데 해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등을 비롯해 총 11개 국가에서 12개 법인 1개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거나 수요가 높은 국가에 법인을 세워 진출한 점이 특징이다. 현대캐피탈 해외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현대캐피탈 단독으로 금융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영국, 독일, 브라질 등은 현지 기업과 합작해 회사를 세웠다.
자문법인 사업도 진행한다. 직접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지 판매법인과 금융제휴사 간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 시장은 물론이고 독일,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도 진출해 있다.
인력 규모도 작지 않다. 해외 사업과 관련된 임직원만 약 5300명이고 글로벌 자산 규모도 약 73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전문가' 목진원 대표 전면에, 추가 해외 진출 '노크'
지배구조 측면에서 봐도 현대캐피탈은 당분간 글로벌 역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 후임 대표이사인 목진원 대표가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목 대표는 올해 4월 현대캐피탈 각자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최근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단독대표가 됐다.
1970년생인 목 대표는 맥킨지, 소프트뱅크 등 해외 기업에서 전략과 해외영업 부문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현대캐피탈에서도 글로벌 인프라 구축, 해외 사업조직 조율 등의 업무에서 활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나기 전이었던 올해 초에도 인도네시아에 자문법인을 설립해 해외 네트워크를 한 차례 확장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델타마스에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를 지원사격 한다는 복안이었다.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진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해외진출에 나설지도 이목이 쏠린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새로운 거점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서만 약 8만6438대 차량을 판매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6.7% 증가한 수치였다. 아이오닉5의 경우 '유럽 2022년 올해의 차' 후보에도 오를 만큼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실제로 추가 해외 진출에 관한 논의가 현대캐피탈 내부에서 몇 차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새로운 사업 거점으로 삼을 만한 국가를 꾸준히 살펴보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 적극적으로 해외 거점을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내부적으로 꾸준히 네트워크 확장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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